전체 글 (84) 썸네일형 리스트형 기억, 두번째 카페에서 작업하다 문득 생각나는 대로 가사 끄적거려놓고.. 집에 와서 기타 치면서 간단하게 멜로디 만들고.. 내친김에 노트북 앞에 바짝 기타랑 얼굴을 들이민채 내장 마이크에 조잡하게 녹음해 버리고.. 기분 난 김에 두시간 만에 뚝딱 코러스 넣고 믹싱하고.. 그래서 나온 허접한 노래.. 기억, 두번째.. 푸훗.. 창피하지만 간만에 만들어 본거라 기념으로.. 어느 시간이 지나가고.. 저 앞에 보이는 길에 오가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문득 그 속에 섞이기 싫어졌고, 나는 갑자기 방향을 틀어 어두운 골목으로 들어 섰고, 그 사람의 팔을 잡아 끌었다. 그 사람도 저 속에 섞이기 싫다고 말해서 그녀가 보았는지 어쨌는지 모르지만 나는 살짝 웃었고, 그녀가 웃었는지 어쨌는지를 나는 보지 못했다. 손에 들고 있던 커피가 걸음을 걷는 작은 요동 탓에 그 사람의 손등에 조금씩 흘렀고, 뜨겁다고 했고, 나는 커피를 받아 들었다. 간절히 말하고 싶지만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나의 의지와, 무언가 꺼내고 싶지만 애써 참으려는 그 사람의 모습이 계속해서 엇갈리고, 스쳐가고..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 그 사람을 보내고 질끈 눈을 감고는,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그 사람의 손등에 계속 흔적을 남겼던 .. 남자와 남자의 바퀴벌레 그러니까 나는, 바퀴벌레다. 아무도 부르지 않았지만, 나는 이집에서 꽤나 오랫동안 편안히 지내고 있다. 주인 남자는 의외로 다정다감해서 바퀴벌레인 나를 봐도 죽이지 않는다. 언젠가는 나도 모르게 방심해서 그 남자 바로 앞의 벽을 천천히 기어 갔던 적도 있다. 남자는 "오늘은 귀찮아서 봐 주는데, 또 대낮에 기어 다니면 죽여 버릴테다" 라며 조용히 나를 보며 말했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남자의 진심을 알 수 있었다. 저 남자는 나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남자는 나를 여태 죽이지 않았다. 내 주위의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들을 볼때, 바퀴벌레를 죽이는 인간은 두가지 종류이다. 바퀴벌레가 무서운 사람, 바퀴벌레가 싫은 사람. 뭐가 다르냐고 하겠지만, 이 차이는 바퀴벌레가 되어 보기 전엔 알기 힘.. Reasonable Doubt 요즘은 항상 새벽에 Boston Legal 을 한두개씩 보다가 잠드는 게 일상이 되었다. 이 드라마를 보다 보면 아주 자주 듣게 되는 말이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데니 크레인이라는 이름.. 데니 크레인이 버릇처럼 항상 두서 없이 자기 이름을 말하기 때문에 그렇고.. Reasonable Doubt이란 말은 재판 과정 중에.. 특히 최종 변론 중에 등장하는 변호사들이 자주 말하는 말이다. 한국말로 번역 되기로는 합리적 의심이라고 나오는데.. 대부분 형사 범죄에 대해 다룰 때, 피고가 정말 범인이라고 확정적으로 단정할 수 있는 증거가 있는가? 과연 이 사람이 무죄일 가능성은 없는가? 를 따질 때.. 이런 저런 근거와 이유를 들고는 그것을 합리적 의심이라고 부른다. 무죄일 가능성에 대해 조금이라도 의심이 든.. 이전 1 ··· 8 9 10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