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의 수도 비엔티안에서 태국으로 넘어왔다가
지금은 다시 라오입니다.
우선 비엔티안에선 딱히 하는일 없이 이틀을 보냈습니다.
선배 자전거 여행자이신 busyfrog 님의 게스트하우스에서
편안히.. 정말 편안히..
마사지도 받고, 메콩강을 보며 산책도 하고..
오랜만에 다른 한국 여행자들을 만나 수다도 떨고,
삼겹살도 구워 먹고,
루앙 프라방이나 방비엥 보다 훨씬 더 즐거웠습니다.
bustyfrog 님과 다른 손님인 진주씨.
짧은 시간이지만 자기 나름의 여행을 즐길줄 아는 친절한 아가씨 ^^
떠나는 날 아침에 일부러 일찍 일어나서 배웅까지 해줬습니다.
한국에서 꼭 다시 만나길..
그리고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를 챙겨준 선배님.
도착한 날 밥사주시고 떠날 때 끝내 숙소값도 받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길에서 자전거와 함께 만나길 기약하며
뜨거운 포옹까지..
뭐랄까 처음부터 끝까지 즐겁고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국경을 넘어 태국.
라오에 더 머물고 싶었지만 일단 비자 날짜가 다 되었고..
방비엥에서 고장나 버린 아이폰 때문에 새 핸드폰이 필요했고..
자전거도 이래저래 다시 손볼 필요가 있어서..
일단 모든것이 다 있다는 태국 우돈 타니로 갑니다.
그냥 태국에선 변방 지역일텐데,
비엔티안 보다 훨씬 더 번화한 느낌의 우돈 타니.
하루밤을 보내고..
다음날 함께 지냈던 세환씨와 작별을 고합니다.
태국에 관심이 많은 세환씨고..
전 라오에서 좀더 달리고 싶었기에.
그는 치앙마이로 향하고,
저는 하루 더 머물며 나머지 일을 처리한 후에
다시 라오로 가기로 결정합니다.
다음날
일단 여기서 자전거를 맡기고..
앞뒤 브레이크가 모두 닳아서.. ㅜㅜ
그 외에 이것 저것 손 보고..
어쩔수 없이 중고 아이폰도 샀습니다. ㅜㅜ
목돈이 왕창..
다시는 잃어버리거나 고장내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과 함께..
그리고 전날 우연히 들렀던 카페.
그냥 분위기도 조용하고 일하는 아가씨가 친절해서..
다시 방문해서 아이폰 세팅도 하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여전히 친절한 아가씨와 페이스북 친구도 맺고..
다만 태국어를 읽을 수가 없어 여전히 그녀의 이름을 알 수 없다는
슬픈 사실. ㅋ
그리고 우돈 타니를 출발합니다.
북쪽으로 돌아서 가면 메콩강을 따라갈 수 있으나..
그저 하루 빨리 다시 라오로 가고픈 마음에
그냥 중간길을 가로지르기로 합니다.
마치 중국에서 처럼 아무것도 없는 도로를
아무 생각 없이 달릴 뿐.
(물론 중국보단 훨씬 더 따뜻하고 주변 풍경도
시원하긴 했지만..)
태국 소는 귀가 길어요. ㅋ
그저 지겹게 달리기만 했는데..
다시 우연에 우연이 겹치며 재밌는 일들이 벌어집니다.
우돈타니를 출발해서 달리다가
길가 허름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원래 조금 더 가서 들판에 텐트를 치려고 했으나
주인이 어디서 자냐고 묻더니
식당에서 자라고 합니다.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선뜻 호의를 베푸는 것이
너무 고마워서 그러기로 했는데..
가게를 정리하려는 타이밍에 동네 아저씨들이 오셔서
술판이 벌어집니다.
해질때 까지 멍하니 기다릴 수 밖에..
8시가 넘어서 다들 집에가고 헤드랜턴 키고 텐트 치고 누웠으나..
아뿔사,
지붕만 있을 뿐 야영하기 좋은 장소는 아니었습니다.
도로변이라 차들은 계속 다니고..
식당이 마을 들어가는 초입이라 늦게까지 오토바이와
사람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결국 새벽까지 자다 깨다를 반복하고..
어쩔 수없이 새벽 5시반에 일어나서 정리하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 덕에 볼 수 있었던 길 위에서의 일출.
라오스 국경이 있는 묵다한 까지 140Km
일찍 출발했으니 아예 그곳까지 가기로 마음 먹습니다.
평속 20 Km 이상을 유지하며 열심히 달렸지만..
또다시 제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우선 맞바람이 너무 심해서
오후부터는 도무지 속도를 낼 수 없었고..
아이폰 지도 상에 뜨는 거리보다
표지판의 거리가 훨씬 더 멉니다.
잠도 별로 못자서 오후부턴 체력도 급격히 떨어지고..
그래서 검색해보니..
탓 파놈이라는 마을이 묵다한 전에 있습니다.
원래 쏭크란 축제로 유명하지만..
지금은 쏭크란이 아니니 조용히 하루 머물며 메콩강에서 산책 할 수 있겠군.
이라고 생각하고 그곳으로 갑니다.
근데..
뭔가 초입부터 부산스럽습니다.
수많은 차들이 잔뜩 사람들을 싣고 마을로 들어갑니다.
이거 뭐지?
뭔가 이상한데?
마을에서 숙소를 찾다가 알게 됩니다.
오늘밤은 또다른 큰 축제가 있는날!!
숙소가 모두 만원입니다. ㅜㅜ
태국인들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잔뜩 모여들었습니다.
숙소 뿐만 아니라 공터에 차들을 세워 놓고 거기서 밤을 보내는 사람들도
엄청 많습니다.
어딘가 텐트를 쳐야할지..
고민하다가 어쩔 수 없이 비싼 숙소로 갔습니다.
자그마치 4만원 짜리 초고급? 리조트.
지난밤 제대로 자지도 못했고,
수많은 현지인들 사이에 텐트치고 자는 것도 불안해서..
사실 좀 편하게 자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만.. ㅋ
까짓거 하루 정도 사치 부려 보지 뭐, 라는 마음으로..
근데 또 거기서 자전거 여행자들을 만납니다.
덕분에 거의 공짜로 맛있는 저녁을 먹고,
많은 얘길 나눕니다.
한커플은 푸켓에 보트를 세워놓고
자전거로 여행중이고..
또 한커플은 영국인과 태국 여성인데
홍콩에서 일하다가 잠시 들린 태국에서 사랑에 빠졌다는군요. ㅎㅎ
지금은 함께 자전거 여행중.
집이 없고 보트에서 사는 어르신 커플은 주로 캐러비안에서 살고
일년에 얼마는 보트로 세계 곳곳에 여행을 다닌답니다.
부럽기 그지 없는..
저녁을 먹은 후엔 홀로 축제의 밤으로..
축제가 있다는 정보도 전혀 없었으나..
어찌보면 모든게 우연으로 이어집니다.
하필 예상밖의 친절을 베푼 식당 주인.
덕분에 전 잠을 못잤고..
원래 계획대로 묵다한 까지 못 갔고..
그냥 지나는 길이라고 생각한 탓 파놈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신나는 축제를 즐겼습니다.
사원에선 우리나라 탑돌이 처럼,
모두 한 방향으로 돌며 기도를 합니다.
사원 밖에선 온갖 물건들, 음식들..
그리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
무릎이 아파서 못걸을 때까지 여기저기 구경하고 다녔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저도 친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ㅋ
비엔티안 숙소에서 진주씨가 사왔단 악기.
Khen 이라고 하던데..
호기심에 불어봤었는데..
블루스 스케일처럼 여섯 음만 사용하는..
그냥 막 부르다 보니 어느새
Mo' better blues 멜로디가 나오던.. ㅋ
하나 살까 생각했다가 아무래도 짐 될거 같아서 포기.
문제의 초호화 리조트 ㅋ
이름도 자그마치 리버뷰 호텔.
혼자서 트윈 룸을 독차지 했습니다만..
뭐 그냥 잠만 잤을 뿐.
그래도 푹신한 침대와 깨끗한 이불 덕에 깊이 잠들 수 있었으니 그걸로 만족.
다시 묵다한을 향해 출발!
국도가 아니라 시골길로 달립니다.
달리다 보니 관광지도 나오고..
역시 국도 보단 이런길이 백배 천배 좋습니다.
중간에 있던 아름다운 교회.
메콩강이 보이는..
그리고 안내판을 보니 꽤 오래되고 유명한 곳 같았습니다.
일요일이었다면 예배도 참석 해봤을텐데..
토요일이라 그냥 구경하고 사진만..
여유롭게 달리다가..
드디어 제게도 일어났습니다.
펑크!
3500 Km 만에 드디어 첫 펑크!
의외로 많이 헤메지 않고 잘 떼우고..
거기다 친절히 도와주는 사람들도 만나고..
결정적인 순간에 펑크가 날까 늘 걱정이었는데..
이렇게 여유로운 때 펑크가 났으니,
그마저도 감사한 마음.
근데 달리다 보니 다시 바람이 세고 있는 타이어. ㅜㅜ
분명히 확인 했을 땐 잘 떼웠는데..
묵다한 다 와서 고민에 빠집니다.
원래 묵다한에서 하루 머물고 라오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묵다한에서 다리만 넘으면 스완나켓.
그래도 라오에서 두번째 큰 도신데 그냥 스쳐가기엔 아쉽고.
타이어 바람은 또 빠져가고..
결국 국경 앞에서 한번더 패치 작업을 합니다.
아까 패치한 옆에서 또 조금 찢어져 있네요.
타이어는 문제 없어 보이는데.. 음..
근본 문제는 못 찾았지만 어쨌든 다시 패치!
당연히 국경에서 늠름하게 자전거 타고 넘을 줄 알았는데..
여기 국경은 무조건 차로만 넘어갈 수 있다고..
어쩔 수 없이 얼마 안되는 거리를 돈내고,
또 짐이며 다 분리해서 버스에 자전거 싣고 넘습니다.
그래도 나쁘진 않습니다.
한국에선 절대 못할 일이죠.
기분에 따라 그냥 훌쩍 국경을 넘는다는 것.
ㅋ
무작정 넘어오니 말도 돈도 조금 혼란스럽습니다만..
며칠 안 지났는데 환율도 기억 안나고..
인사도 자꾸 싸바이디 했다가 싸와디캅 했다가..ㅋ
라오에서 두번째 큰 도시이긴 하지만..
관광지도 아니고..
라오 답게 무척 조용합니다.
도시 들어와서 숙소 찾다가 친절한 독일 아가씨도 만나고..
그녀가 알려준 숙소에 짐 풀고..
저녁 먹으러 나갔다가 우연히 다시 만나서
함께 저녁 먹고 술한잔 하고 들어와서 글 쓰고 있습니다.
뭐랄까 이번엔..
정말 우연에 우연이 겹치며 잔뜩 즐거운 일들이 벌어진 며칠입니다.
아마 이런 날들이 제가 기대하며 떠나온 바로
그 길 위의 날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
물론 또 안좋은 일들도 일어나겠지만
그것 역시 다음에 이어질 즐거운 날들을 위한
포석이라 받아들이면 되겠지요. ㅎㅎ
내일은 빡세를 향해 출발합니다.
또 어떤일이 벌어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두근 두근..
다음에 또 기적같은 우연들을 여기 적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휘릭~~
'JOURNEY > S.E AS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둥실, 구름따라 가는 길> 14. Alone again, naturally. - 시판돈에서 끄랏체 까지 (4) | 2013.03.06 |
---|---|
<두둥실, 구름따라 가는 길> 13. 덥다 더워!!! - 스완나켓에서 시판돈까지. (4) | 2013.03.02 |
<두둥실, 구름따라 가는 길> 10. 시속 5km의 나날들. - 샘느아에서 방비엥까지 (0) | 2013.02.14 |
<두둥실, 구름 따라 가는길> 9. 땀비엣! 싸바이디! - 마이차우에서 샘느아 까지. (0) | 2013.02.08 |
<두둥실, 구름 따라 가는길> 8. Just go with it - 하롱베이에서 마이차우 까지. (0) | 2013.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