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느아에서 이틀을 푹 쉬었습니다.
계속 자전거로 가고 싶지만 체류가능 일자가 15일 뿐이고
라오의 산은 높고 깁니다.
루앙프라방 까지 버스를 타기로 합니다.
14시간 예정.
중국에서 24시간도 타봤으니 14시간은 뭐 그냥 껌이지..
라고 생각했으나..
크나큰 오산이었습니다.
라오 북부의 산들은 차를 탄다고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90년대에 전라도 어딘가를 달렸을 낡은 현대 버스는
아찔한 고개길을 무서운 속도로 달렸습니다.
청룡열차가 따로 없네요.
처음 몇시간은 멀미에 시달리다가..
그리고 한참 잠들었다가..
그리고 엉덩이의 통증과 멀미가 모두 적응된 후 부터는
답답함과의 싸움..
그러나 그보다 더 괴로운 건..
창 밖으로 휙휙 지나가는 풍경들과 사람들..
자전거였다면..
다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나누고..
풍경들을 내 발과 눈으로 하나하나 곱씹어가며 오르고..
아찔한 내리막을 시원하게 달렸을텐데..
라는 아쉬움..
어쨌든 그렇게 힘들게 루앙 프라방 도착.
관광지 답게 수많은 외국인들.,
그 중에서도 춘절을 맞아 단체로 온 중국인들.
그리고 역시 설날 연휴를 즐기러 떠나온 낯선? 한국인들..
이것저것 할거 많은 곳이지만..
그냥 꽝시 폭포 들러서 잠깐 물놀이만 합니다.
맨날 사진 찍으니 어색하기만 해서..
이런 저런 포즈를 시도중.. ㅋ
그리고 폭포 가는 길에 있던 캠핑장 비스무리한..
영업중이 아닌데 그냥 무작정 부탁해서 하룻밤.
의외로 매우 친절해서 가격 깎은게 미안했습니다.
불도 붙여주고 이불과 베게까지..
텐트 치우다 말고 생각나서 찍은 사진. ㅋ
그리고 루앙 프라방을 출발..
하려 했으나..
일행인 이선생님이 몸이 너무 좋지 않은 상황.
방비엥까지 험난한 산들이 기다리고 있는 걸 알고 있기에
이선생님은 혼자 버스타고 먼저 가시는 걸로 결정.
그래서 세환씨와 둘이서 출발.
예상은 했으나..
역시 커다란 산이 출발한지 얼마 안되서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사흘간 야생의 생활. ㅋ
자전거를 끌고 출발한 이상 다른 길은 없습니다.
그냥 죽어라 패달을 밟을 뿐.
그러나 다행인건..
1400고지 근처를 계속 오르락 내리락 길고 힘든 길이었지만
베트남 북부에서 샘느아 까지 가는길 보단
경사도가 낮다는 것.
괜한 오기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한번도 자전거를 끌지 않고
젖먹던 힘까지 따 뽑아서
타고 올랐습니다.
중간 중간 고비도 있었지만..
어쨌든 해냈습니다.
끌바없이 완주 성공!!
(물론 대신 중간에 엄청 자주 쉬었습니다만.. ㅋ)
해가 중천에 뜨는 낮에는 거의 무아지경..
세상에 오직 내 다리와 페달과 오르막만 있는 느낌..
산중에서 자고 새벽에 일어나서 달리면
늘 옆이나 아래에 구름이 깔려 있습니다.
구름 사이로 내려가는 다운힐은 기가 막히지만..
구름 사이로 오르는 업힐은..
입에서 입김이 나는데 몸에서는 비오듯 땀이 흐르는..
신비하면서 괴로운 체험입니다.
라오는 시속 5km의 나라라고 하더니..
딱 그만큼의 속도만 저에게 허락합니다.
이른아침 부터 해지기 전까지 죽어라 자전거를 타도
50km를 채 가지 못합니다.
중간 중간 시간을 잘 맞추면 숙소가 없는 것은 아니나..
그냥 얽매이지 않고 달리다가 하루가 다 되면
적당한 곳을 찾아 캠핑을 합니다.
나흘 연속 캠핑은 힘들지만..
늘 별이 있고, 모닥불이 있고, 맛있는 라면도 있습니다.
물론 아침이면 무서운 이슬이 기다리긴 하지만.. ㅋ
그러다 보니 카메라 배터리도 다 되서 사진도 많이 못 찍고..
달리다 만나는 계곡물이 곧 샤워장이 됩니다.
나름 샴푸와 비누칠도 요령껏 다 할 수 있습니다. ^^
사흘간을 산속에서 지냈습니다.
늘 그렇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법.
언젠가 부터 신나게 내려오게 됩니다.
최고 속도 57km 갱신.
어쩌면 조금 더 빨랐을지도 모르나..
너무 빨라서 집중하느라 속도계를 못봤습니다. ㅋ
까딱하면 죽을 거 같아서.. ^^
샘느아 쪽과 달리 이 루트는 관광지들이 이어진 곳이라..
많은 자전거 여행자들을 만납니다.
배터리가 없어 사진은 다 못찍었습니다만..
그리고 서로 반가워 폭풍 수다를 떨다보면
사진 찍어야 된다는 생각할 틈도 잘 없고..
그중에 인상깊은 몇 팀.
풀세팅된 텐덤으로 2년째 세계여행중인 커플.
역시 수다 떠느라 두사람은 못찍었고 뒤늦게 찍은 자전거.
혼자 타는 거 보다 더 힘들텐데..
뭔가 샘도 나고 부럽기도 한 커플이었습니다.
그리고 70대의 프랑스 노부부도 만났습니다.
마치 방송에서 보던 이다도시 두명과 대화하는 듯한..
엄청난 속도로 불어와 영어를 섞어가시며
여행 이야기를 하시던..
그리고 프랑스 오면 꼭 들리라고 주소와 연락처 까지 적어주십니다.
역시 사진은 찍을 틈이 없었구요.. ㅋ
그리고 굽이굽이 꺾어진 (또한 포장이 관리 안되 매우 거칠기도 한..)
길을 한참 내려옵니다.
1400.
1200.
1000.
조금씩 풍경이 변합니다.
이제 힘든건 끝났다는 마음 덕에 여유도 생깁니다.
중간에 잠시샛길로 빠져봤더니 펼쳐진 풍경.
라오에 와서 본 곳중 저에겐 최고 였습니다.
한참을 앉아서 멍하게 있었네요.
사진엔 담을 수 없는..
저만의 기억.
조금씩 산보다는 넓은 평지가 보입니다.
이곳에 와 보니 북부는 무척 척박한 곳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길에서 만나는 라오 사람들.
같은 사람들인데 왠지 저만의 느낌인지 더욱 여유 있어 보입니다.
가다가 사람들이 물에 발 담그고 있길래..
그냥 들어갔는데..
산에서 내려오는 천연 온천이었다는..
한국 관광객 분들이 계셔서
인사도 주고 받고..
저보고 나이 먹고 무슨 힘든짓이냐고..
얼른 장가나 가라고 뭐라시던 아주머니도 계셨고.. ㅜㅜ
방비엥을 얼마 앞두고 다시 캠핑.
그리고 출발하니 어제와는 다른 풍경이 눈앞에 보입니다.
응? 설마 저 산을 또 넘어야 돼?
...
뭐 다 넘은건 아니고..
다행히 살짝 산을 끼고 돌아가는 길입니다.
물론 누가 라오의 길 아니랄까봐
숨막히는 오르막이 몇번 나오긴 했지만.. ㅋ
어쨌든 그래서 방비엥 도착!!
루앙프라방과는 또다른 분위기.
일단 오늘은 쉬고..
내일 하루 잠깐 구경하고 강에서 튜브나 탈까 생각중입니다. ^^
지금껏 다른곳에서 달린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경험과 기분을 느낀 라이딩입니다.
제가 힘내서 페달을 밟는 딱 그만큼..
하나 하나 보고 느끼면서..
시속 5km의 속도로 지낸 며칠입니다.
이제 라오에서 보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휘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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