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
그런 감각이 이제 다 사라진 기분입니다.
이렇게 떠도는 생활이 길어지면 더 심해질지,
아니면 다시 조금씩 현실 감각을 찾게 될지는
두고 봐야 알겠죠.
어쨌든 베트남 국경을 넘어 라오스로 들어왔습니다.
며칠이 걸렸는진 잘 모르겠네요.
일기를 뒤져보면 알겠지만.. 뭐 중요한 건 아니니까..
어쨌든 마이차우는 국경 넘기전 그나마 마지막으로
현대문명의 느낌을 가진 곳이었고..
숙소도 나름 깨끗했습니다.
나름 숙소 앞의 멋있는 오너 쉐프가 있는 식당도 좋았고..
그리고 다시 출발.
이제부턴 계속 오지의 연속입니다.
서둔덕에 비자 날짜가 꽤 여유가 있었고..
그래서 이른 시간에 좋은 곳을 발견해 야영도 합니다.
대나무 숲 아래서 삼겹살과 제육 볶음을 해먹는 재미도..
낮엔 쨍했는데..
밤에 장대비가 쏟아졌습니다.
싸구려 텐트지만 다행히 비가 세지 않아서 그냥 아침까지 빗소리 들으며 잤습니다.
그리고 또 라이딩.
엄청난 오르막을 올랐다가..
울퉁불퉁한 길로 조심스레 내리막을 내려오면 마을.
그리고 아이들과 사람들 모두 우리를 보며 인사를 건넵니다.
헬로우!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오르막들이 이어지니 정말 쓰러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을에선 또 끝없는 인사와 미소들.
정말 한번도 느낀 적 없는 기분이 제 마음속을 가득 채웁니다.
죽을것 처럼 힘들다가 마을에서 인사를 받으며 또 힘을 내고
그리고 또 오르고..
나중엔 어느새 눈에서 눈물이 났습니다.
그게 힘들어서 나는 눈물인지, 기뻐서 나는 눈물인지 알 수 없었지만..
자전거를 끌고 떠나온게 너무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마, 눈물은 내리막에서 눈에 들어간 날파리 때문인 듯 하지만.. ㅋ)
그리고 얼마전까지 겨울이었는데..
어느순간 부터 한여름의 뜨거운 날씨로 변해있네요.
바로 복장 변경. 그리고 땀 범벅의 날들. ㅋ
그렇게 계속 베트남 북부의 오지 마을들을 지나
드디어 국경 앞 나메오에 도착합니다.
베트남에서의 마지막 숙소.
아마 옛날 공산당 간부들이 묵었을 듯한 느낌의 호텔.
마지막에 여기서 계속 바가지 씌우려 하는 바람에 베트남에서의 좋은 기분이
조금 날아갔지만..
드디오 나메오 국경.
전날밤에 베트남 심카드에 남은 마지막 데이타 쓴답시고
괜히 인터넷 봤다가..
안봐도 되는 소식들에 조금 기분이 가라앉은 채..
기념 사진 찍는데도 표정이 영 시큰둥 하군요. ㅋ
어쨌든!
그래도 자전거 끌고 넘어가는 두번째 국경!
기분 좋게 15일 라오스 스탬프를 받고..
입국!
땀비엣 베트남! (땀비엣은 베트남어로 굿바이!)
싸바이디 라오! (싸바이디는 라오어로 헬로!)
그러나..
역시 소문에 듣던대로..
입국과 동시에 벼락같은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ㅋㅋ
베트남에서 뭐 이딴 길이 다 있어.. 라며 욕했으나,
라오스는 그런 저를 살며시 비웃어 줍니다.
표지판에 떡하니 떠 있는 12% 경사도.
아이고..
그 전에 10%에서도 벌벌 떨었는데..
12% 경사도가 어떤 느낌이냐면..
일단 몸을 거의 엎드려야 자전거를 끌고 올라갈 수 있는 상태.
잠시 힘을 빼면 그대로 뒤로 고꾸라 질것 같으면서
밀고 있는 팔도 버티고 있는 다리 모두 부들부들 떨고 있는..
대충 그런 상태입니다.
근데 그게 한번이 아니라 하루에 두세번씩 등장하니..
이런 풍경을 옆으로 시원하게(?) 자전거를 밀고 올라갑니다.
ㅋ
하지만 라오스 역시 마음을 달래주는 건 사람들입니다.
여기선 모두 싸바이디! 라며 인사를 건네고 받습니다.
가끔은 환하게, 가끔은 쑥스럽게..
국경 접경 지역인 이곳도 역시 오지입니다.
강을 따라 산과 산 사이에 이렇게 자그마한 마을들이 있습니다.
확실히 라오스는 인구밀도가 매우 낮아서 마을이 나와도 사는 사람은
그닥 많지 않습니다.
라오스에서 들린 첫 식당.
중국, 베트남에 비해 확실히 먹을 게 풍족하진 않습니다.
식당에서도 매우 단촐하게 나오네요.
식당옆 슈퍼마켓.
여기선 슈퍼마켓에서 휘발유도 팔고 경유도 팝니다.
소년이 오토바이를 몰고오면 소녀가 기름을 넣어줍니다.
(째려 보고 있는 듯 하지만 찍고 나서 둘다 환하게 웃어줍니다. ^^)
아름답고 평화롭게 펼쳐지는 라오스의 들판. 사람들.
물사런 간 슈퍼마켓 여주인.
급하게 익혀간 라오스어로 예쁘십니다 라고 하니 쑥스럽게 아니라고 손사래를 하시던..
베트남에서 부터 날이 더워져서 매일 땀으로 범벅이 되더니..
라오스에선 절정에 이릅니다.
일행이 가진 장비로 그늘에서 재보니 29도. ㅜㅜ
양지에선 직사광선 때문에 봐도 의미 없고..
얼추 낮엔 35도 가까이 되는 듯 합니다.
이틀만에 살이 지글지글 익고 있는 중.
라오스는 가끔 마을이 등장해도 숙소는 잘 없어서..
첫날부터 야영입니다.
들판 구석진 곳에 공터가 있길래..
라면 끓여먹고..
의도한건 아니지만..
텐트친 곳에서 지평선 너머 별들이 쏟아집니다.
잠드는 순간까지 텐트 방충망 너머 별들을 한참 봤습니다.
매일 매일 새로운 세상을 봅니다.
아니, 늘 그곳에 있었지만 제가 지나치고 잊었던 것들을
다시금 마음 깊이 느끼는 나날들입니다.
그러나..
낮에 그렇게 덥던 날씨가..
새벽에 0도 가까이 떨어지네요.
거기다 베트남에서 야영할 때 비온 밤보다 더 많은 물기가 텐트를 흠뻑 적십니다.
물이 많은 나라라더니 이슬도 무섭습니다.
반팔에 반바지로 시원하게 잠들었다가
새벽녘에 패딩까지 다 꺼내 입고 침낭 둘둘 말고 겨우 잠시 눈 붙였네요.
그리고 또다시 반전.
차디찬 새벽을 지내고 텐트 밖의 빛을 느끼고 눈을 뜹니다.
얼굴을 빼꼼이 밖으로 내어보니 또다시 멋진 풍경이 저를 기다립니다.
라오의 첫날밤은 아름다웠습니다!!
비엥싸이의 관문을 통과하고..
또다시 이어지는 산, 오르막, 아름다운 사람들..
뒤늦게 들고온 론리플래닛을 읽어 봤는데..
우리가 지나온 후아판 지역의 이 길을 이렇게 표현해 놨더군요.
"굽이굽이 백만번을 돌아가는 여정."
이라고..
ㅋ
실제로 백만번을 굽어 돌아왔는진 모르겠으나..
책을 읽다가 아 여기가 그런 곳이었구나라며 깊이 공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
산길에 자전거 끌고 올라가다 본 비석.
길 옆에 저렇게 덩그라니 놓여져 있는데.. 뭔가 사연이 있는 듯 했으나..
그냥 잠시 보고 담배 하나 꽂아 놓고 왔습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늘 삶과 죽음은 이어집니다.
어쨌든 그래서 지금은 샘느아.
그나마 이 지역에서 제일 큰 도시 입니다.
막상 와보니 지금껏 갔던 어떤 곳 보다 소박한 도시입니다만..
하롱베이 이후로 하루도 안쉬고 달렸기 때문에 심신이 너무 지쳤습니다.
제가 우겨서 여기서 하루 쉬기로 했습니다.
다른 일행들이 완강히 반대하면 저 혼자라도 있을 생각이었습니다만..
어쨌든 함께 하루 쉬고 있습니다.
내일 아침 버스 타고 루앙 프라방 까지 14시간 가서..
거기서 부터 다시 자전거 타고 비엔티안까지 가는 걸로 얘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서로 원하는 것과 스타일들이 다르니 어찌 될진 모르겠네요.
그리고 보너스 사진.
조금 늦게 받은 일행들이 찍어준 사진.
베트남 국경 넘자마자 아주머니와 환전하며 기싸움 중.
뭐 결국 제가 지고 아주머니가 부른 값으로 바꿨습니다만.. ㅋ
그냥 보기엔 별 차이 없어보이지만..
늘 부러운 세환씨의 SURLY 자전거와 투부스 티타늄 랙, 그리고 오르트립 가방까지..
아무래도 태국 가면 저도 다 바꿔야 할 듯 싶어요..
EST 가 자꾸 너무 속을 썩여서.. ㅜㅜ
다음 글은 또 어디서 쓰게 될지 모르겠네요.
알고보니 구정이라네요.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휘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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