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떠나 베트남으로 들어왔습니다.
어쩌다 보니 시간이 또 훌쩍 흘러갔네요.
이번엔 좀 정신 없이 지나갔습니다.
우선 나닝에서 며칠 머물렀고..
그동안 자전거 핸들바도 바꿨습니다.
그 전에건 자꾸 어깨가 아파서..
근데 핸들바 테잎이 영..
매장에 있는 것 중에 제일 검정에 가까운 걸로 했는데
막상 부착하고 보니 얼룩말이 되어버렸습니다. ㅋ
뭐 당분간은 그냥 다니기로..
출발 하는날 기분 좋게 사진 한장.
웃으며 출발했지만..
계속 비가 옵니다.
일기 예보에도 일주일 내내 갈 지역들 모두 비 표시만 있네요 ㅋ
하루 오고 말 비가 아니니 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이번엔 일행도 있습니다.
공무원이시고 난닝에 파견 나와계신 이상호 선생님과 세환씨 입니다.
50대의 이선생님, 저 30대, 세환씨 20대 (만으로 ㅋ) 이렇게 조금 특이한 조합입니다. ㅎ
일단 나닝에서 국경이 있는 동싱까진..
사진이 별로 없습니다. ㅋ
계속 비가 오니 카메라 가방에 방수 커버를 두개나 싸매고 다닌데다가,
일행들과 속도를 맞추려니 도무지 사진찍을 틈이 안나더군요.
부끄럽지만 제가 속도가 제일 느립니다. ㅋ
무릎도 계속 통증이 왔다 갔다 하고 있어서 무리할 수도 없고..
함께 다녀서 좋은 점도 많지만 쉽지만은 않네요.
잠시 쉬는 틈에 힘겹게 카메라를 꺼내 한장.
자전거 세대가 나란히..
국경가는 길까지 광시성 장족 자치구 몇곳을 지납니다.
카메라를 보자 V를 그리는 아이.
어쨌든 동싱까지 사흘내내..
그냥 줄곧 달렸습니다.
비 맞으면서..
빨래도 포기하고 계속 입던 옷으로 비맞으며..
냄새가 아주.. ㅜㅜ
동싱을 얼마 앞두고 대교 앞에서..
다리 건너는 중.
어쨌든 그렇게 국경 도착.
입국 심사 건물을 못찾아 잠시 헤메다가..
감격스런 순간.
자전거 끌고 넘은 첫 국경입니다.
중국과 베트남 국경을 가로지르는 다리.
국경선을 넘어선 순간의 뒷모습.
사진 찍은 곳은 베트남. 저 뒤의 한문 간판은 중국 국경 건물.
안어울리게 귀여운 포즈 한번 해봤습니다. ㅋ
국경 넘어 몽까이라는 도시로 들어옵니다.
각자 베트남 돈 출금.
갑자기 단위가 커져서 얼떨떨 합니다.
10000동이 우리나라 600원 정도 하네요.
아직까지 계산할 때 마다 엄청 혼란스럽습니다.
와중에 세환씨 카드를 ATM 기계가 먹어버리고..
토요일이라 직원도 없고..
때마침 장대비도 쏟아지고..
근처에 있는 카페에 갔습니다.
중국에선 큰 도시 아니면 카페라는 게 아예 없는데
베트남은 곳곳에 카페가 있습니다.
그리고 맛있는 베트남식 커피가 있고..
들어간 곳에 일하던 착한 아가씨.
이것 저것 묻는것에 영어와 한국어와 베트남어를 조합해 가며 열심히 알려줍니다.
그리고 세환씨에겐 자기 번호까지 주네요.
전 뭐.. 그냥 커피 맛있게 마셨구요. ㅋ
아 갑자기 없던 옷 몇개가 생겼는데..
세환씨가 저와 합류하기 전에 쿨코어라는 의류 회사 이벤트 라이딩에 참가 했다가
옷을 좀 받아왔습니다.
근데 이미 이전에 여러벌을 받았던 터라 그 옷을 제가 다시 가지게 된거죠. ㅋ
사이즈가 좀 안맞긴 하지만 비맞으며 달리는 동안 편했습니다.
원래 자전거 저지는 좀 거부감이 있었는데 당분간 쭉 입게 될 듯 ㅎㅎ
마냥 몽까이에 있을 수는 없어서 일단 출발 합니다.
그리고 베트남 들어와서 가장 놀란 점은..
우리만 보면 아이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큰 소리로 HELLO! 를 외친다는 것.
아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상당수 웃는 얼굴로
달려가는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고 신짜오!라고 외치기도 합니다.
(신짜오는 베트남 인사..)
베트남의 첫인상은 그래서 매우 좋습니다.
물론 며칠 지나다 보니 또 여러 모습들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건 어쨌든 기분이 좋습니다.
아마 제 기억속에 베트남은
HELLO! 로 남을 듯 합니다.
그렇게 몽까이를 출발해서 달리다가..
그리고 해질때쯤 일단 저녁을 먹기 위해 들어간 국도변 식당.
여기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텐트를 쳐도 되냐고 물었는데..
별 고민 없이 허락을 해 줍니다.
오랜만에 텐트 치고 자긴 했습니다만..
일단 뭐 제 상태는 점점 아저씨가 되가는 중이고..
(그동안은 애써 아저씨임을 거부 했으나..
사진을 보니 이제 어쩔수가 없네요 ㅜㅜ)
이날밤은..
옆 집에선 엄청 큰소리로 TV를 보고..
도로엔 트럭들이 굉음을 내며 지나가고,
식당 옆에선 아침까지 노름판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잠은 거의 못잤습니다.
새벽녘에 두세시간 겨우 잤던 것 같은데..
여튼 힘든 밤이었습니다.
우리를 위해? 밤 늦게 까지 '강남 스타일' 과 알 수 없는 한국 최신 댄스곡을
짱짱하게 틀어주던 주인집 아들.
날씨는..
역시 계속 비가 내립니다.
이제 익숙해졌지만.. 몸도 힘들고, 자전거도 점점 힘들어 합니다.
흙탕물 범벅이고..
잠시 비가 그치면 체인이 마르면서 비명을 지릅니다.
언제 다시 비가 내릴지 모르니 오일을 뿌릴 수도 없고..
다행히 베트남은 길이 아주 깨끗합니다.
다만 북부 지역은 산악 지형이라 끝없이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
오르막 경사가 좀 덜하면 그런대로 재밌게 리듬타며 달릴 수 있는데
가끔 군대에서 깔딱 고개라 부르던 그런 언덕이 나오면
많이, 아주 많이 힘듭니다. ㅋ
정 안되면 끌고 갈때도 있고..
하지만 그렇게 산에 오르고 나면 풍경도 시원하고..
또 짜릿한 다운힐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 맛에 하루 종일 달리고 있습니다.
고생이 많다. EST!
달리느라 정작 사진찍을 기회가 별로 없어서..
유일하게 한장 찍은 합동샷.
한참 산을 넘으면 이런 마을들이 등장하고..
마을을 지나면 다시 산이 나오고.. 그런 식입니다.
함께 달리니 심심하지 않고, 먹을 곳, 잘 곳 걱정이 많이 줄어서 좋긴 한데..
페이스를 맞춰 달려야 하고 제약들이 생기니 한편 어렵기도 합니다.
10년 넘게 야행성으로 살다 보니
오전엔 달리는 게 여전히 힘듭니다.
두 사람은 그렇지 않다보니 늘 제가 멀찌감치 뒤쳐집니다.
어쩔수가 없네요 몸이 뜻대로 안움직이니..
혼자 다닐땐 오전엔 자주 쉬고 천천히 달렸거든요.
왠지 좀 미안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내 페이스대로 못하니 조금 답답하기도 하고..
아직 한참 더 다녀야 하는데 무리하다 무릎이 더 안좋아질까 걱정스럽기도 하고..
일단은 맞춰가며 다니고 있습니다.
정 안되면 또 혼자 가야죠..
늘 하던대로, 천천히, 두리둥실..
다시 사흘을 달려 오늘 오후에 하롱 베이에 도착.
도착해서 간만에 깨끗이 씻고 그나마 멀쩡한 사진. ㅋ
조금 프랑스 느낌? 이라 해야할까..
길에는 대부분 이런집들이고.. 대부분 저렴한 호텔들입니다.
시간이 길어지니 조금씩 패턴이 단조로워지고 특별한 느낌이 사라지는 듯 해서..
몇가지 저 스스로에게 할일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 중 하나.
출발하기전 하늘 사진 찍기. ㅋ
별 건 아니지만 나중에 모아보면 재밌을 것 같아서..
근데 지금까지 계속 흐린 날씨라 별 변화가 없다는..
몇가지 더 있는데 그건 나중에 기회 있을 때 또..
일단 내일 다시 호화롭게 1박2일 보트 투어를 떠납니다.
전 어디 관광지만 가면 계속 보트 투어를 하는 듯.
아, 원래 한국인은 베트남에 15일 체류 비자를 주는데..
왠일인지 우린 20일을 받았습니다.
아마 우리 자전거를 보고 심사원이 조금 아량을 베푼것인지도..
생각보다 여유가 생겼으니
하노이 들렀다가 라오스 국경까지 800Km 쯤 되는데
좀 천천히 갔으면 하는 바램.
몸도 힘들고 마음의 여유도 사라지는 것 같아서..
어찌 될지는 두고 보면 알겠죠. ㅎㅎ
일행이 있어서 좋은 점 또하나..
이런 사진들을 찍어준다는 것 ㅋ
다행히 아직까지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게 너무 즐겁습니다.
심지어 이런 산속 오르막을 오를 때 조차도..
정상에 도착할 쯤이면 다리는 터질 것 같고 숨도 목 끝까지 차오르지만
그리고 올라서서 숨을 고르며 바람을 맞는 기분은..
정말 최고 입니다.
그리고 그 후엔 신나는 내리막도 기다리고.. ㅋㅋ
세환씨가 찍어준 사진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제가 붙인 제목은 <토하듯 페달링> ㅋ
다음 글은 럭셔리한 보트 투어 후에 올리겠습니다.
휘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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