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이린과 양수오에서 총 나흘을 머물렀네요.
구이린에서의 시작은 매우 나빴습니다.
나닝에서 밤차 타고 구이린에 도착한건 새벽 두시 반.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버스 기사는 탈 때부터 자전거 때문에 뭐라고 뭐라고 성질 부리더니
내릴 때도 마찬가집니다.
숙소 데리고 가려는 삐끼 아줌마들은 몰려들고..
급하게 자전거 내리고 가방들 내리고..
부착하고 어쩌고..
겨우 끝내고 비 피해서 어딘가 지붕 밑에 들어가서 보니
주머니에 있어야 할 아이폰이 없군요!
그리고 뒷주머니에 있던 현금 얼마도..
말로만 듣든 소매치기를 당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기 직전에 분명히 확인했으니 흘린 건 아닐겁니다.
ㅜㅜ
예비로 가져온 아이폰 3g로 찍은 사진.
비오는 황량한 새벽의 구일린. 아 쓰린 마음 ㅜㅜ
그리고 어쨌든 계림에서 보낸 이틀은 뭐..
그냥 그랬습니다.
소매치기 때문에 김도 샜고.. 그냥 도시 느낌입니다.
물론 그 도시 사이로 운치있게 강이 흐르고,
저 멀리 이쁜 산들도 보이지만.. 딱히 감흥은 없습니다.
둘째날도 자전거 타고 좀 둘러보다가 말았습니다.
관광지는 다 입장료도 비싸고..
그냥 발길 닿는대로 가다 보니 뭔가 이런 황량한 풍경이 더 와닿습니다.
오후쯤에 그냥 관광을 포기?하고 숙소 앞에 있는 강변으로 갔습니다.
한참을 음악 들으며 그냥 멍하니 있었네요.
근데 역시 관광지다 보니 수많은 커플들이 처량한 제 옆으로 지나갑니다.
역시, 여행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최고입니다.
아무리 옆에서 달콤한 향기를 뿌려도 전 괜찮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전 여행이 아니라 방랑 중이거든요.
혼자가 좋습니다.
찍어줄 사람이 없으니 타이머가 제 연인 노릇을 해줍니다.
근데 왜 이리 불쌍해 보일까.. ㅋ
그렇게 멍하게 계림에서 이틀을 보내고..
기대하던 양수오로 향합니다.
아마 이 날이 이번 관광?에서 최고였지 않나 싶네요.
길도 깨끗하고, 주변 풍경도 좋고, 쉬엄쉬엄 달리기 딱 좋은 거리에..
그간 어쩌다 보니 아이폰이 메인 카메라가 되어 버렸는데..
이 기회에 다시 DSLR 을 제대로 사용해야겠습니다.
무거운 거 굳이 들고 왔으니 써야죠.
양수오 도착해서 여행의 중심가인 시지에가로 들어옵니다.
잠시 보다가.. 한 블럭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았습니다.
조용한 곳이고.. 쿨하게 문 앞에 앉아 저를 구경하던 주인 언니? 가 저를 부르길래..
만삭의 몸에 계속 줄담배 피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굴복했습니다 ㅋ
생각보다 친절하고 영어도 잘해서 이런 저런 정보도 얻고..
남편과 여기저기 자전거 여행도 많이 했다고 하네요.
벽에 사진도 많이 붙어 있고..
빨래 널러 올라간 숙소 옥상 풍경.
돈 뽑고, 잃어 버린 라이딩 이너 웨어? 를 대신할 싸구려 바지와
간편하게 쓸 모자 하나 구입.
그리고 시지에 거리와 주변을 어슬렁 구경합니다.
이런저런 관광지를 가봤지만..
양수오 꽤 맘에 드네요.
비수기라 그럴지도 모르지만,
적당히 세속적이고, 적당히 시골 느낌도 나고, 또 적당히 아늑하기도 합니다.
멀리 기괴한 산이 보이고 골목 골목 냇물이 흐르니 색다른 느낌도 나고..
(마을 안에 물은 어쩔 수 없이 더럽군요. ㅋ)
오늘은 좀 사치를 부려 봤습니다.
보트 투어를 했는데요.
무려 혼자서 대나무 보트 투어!
큰 보트 타는 거 보다 좀 비싼데..
그냥 한번 해 보고 싶었습니다.
비수기라 한가한 나루터.
호텔에서 물어보고 그냥 예약했는데..
뭐 좀 비싸게 줬을 수도 있지만 오늘은 좀 편하게 보내고 싶었거든요.
아예 EST도 숙소에 두고 10위엔에 아줌마 자전거도 빌려 나왔습니다.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네요.
이런 저런 신경 안쓰고 그냥 신선 놀음 잘 했습니다.
역시 혼자니까 셀카를 찍는 수 밖에!
뒤에 총각 뱃사공은 나름? 친절 했구요 ㅎ
그냥 노 젓는게 아니라 대나무로 밀고 가야 되니까 엄청 힘들어 보입니다.
초반에 사진 한장 부탁하고는 그냥 저 혼자 놀았습니다.
감기 걸렸는지 계속 기침하면서 밀고 있더라구요.
저 같은 한량 보다 열심히 사는 저 총각이 더 돈많이 벌고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고개만 돌리면 다 엽서 풍경들이라..
많이 찍긴 했지만 그냥 현장에서 보는게 훨씬 좋네요.
새소리만 들립니다.
공기도 맑고..
신선 놀음이란 게 이런거군요.
혼자 있어도 전혀 심심하지도, 외.롭.지.도. 않습니다. ㅋ
어디 가서 한 액티비티(?) 중에 제일 좋았네요. ㅎㅎ
잠시 후에 나타난 다른 뱃사공 총각.
사진기를 봤는지 씩 한번 웃어줍니다.
물이 많이 빠졌는지 한번씩 레프팅 하듯 제방을 넘습니다.
2시간 가량 코스중 심심할 참에 한번씩 나타나서 나름의 재미를 선사합니다.
나름 정글 느낌도 나고.. ㅋ
오늘도 어김없이 커플. (저 앞 쪽에 있는 배.. 잘 안보이지만.. 계속 뽀뽀하더라는.. ㅋ)
다행히 제 바로앞의 중국 남자도 솔로라서 위안이 됩니다 ㅜㅜ
힘들게 찍은 타이머 셀카.
뭐 다 이상하게 나오더라는..
신선 놀음중이라 그런건지.. 혼자라서 심술 난건지.. ㅋ
보트 투어가 끝나고 빌려온 자전거를 타고 시골 동네를 다녔습니다.
뭐 다 아름답지만 사진으로 보면 그게 그거라서.. ㅋ
새삼 느끼지만 관광지에서 혼자 노는 느낌은..
참 재미없다!
역시 여행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지만 나는 괜찮다.
왜?
여행이 아니라 방랑 중이니까..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일본 드라마 입니다.
원래 제목은 사랑따위 필요 없어, 여름.
제가 너무나 좋아했던 히로스에 로쿄 최전성기 시절의 작품이죠.
아 그립다 료코.
그녀는 이제 그 풋풋했던 소녀가 아니고 아이 엄마가 되었지만..
전 여전히 당시의 그 아름다운 소녀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ㅋ
제목은 저렇지만..
결국 마지막엔 당연히 사랑하게 되죠.
네, 사랑하고 사랑받는게 어쩌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
사실 혼자 떠돌고 있지만..
제 마음엔 사랑이 넘칩니다.
그 어느 때 보다.
다만 이 사랑을 누군가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 뿐.
제가 좋아했던 또 다른 일본 드라마는 이런 제목도 있죠.
또 한명 제가 너무나 좋아했던 여배우 칸노 미호가 나온..
<사랑이 하고싶다. 사랑이 하고 싶다. 사랑이 하고싶다>
-오타가 아니라 원래 제목이 저렇게 세번 반복입니다. ㅋ
지금 스케줄이 조금 이상하게 됐는데..
원래 함께 나닝 가려고 했던 한국 여행자가..
다른 팀에 합류했다 저를 만나려고 했으나 그 팀 일정이 변하는 바람에
내일 나닝에 다시 간다는 구요.
함께 베트남 가려면 저도 버스를 타야 하는데..
여기 양수오에선 자전거를 버스에 실어 주지 않는다고..
아까 버스 터미널에 가보니 접이식 아니면 안된다고 하니 음..
그러면 다시 구일린에 자전거 끌고 가서 버스 타야 되는데
왔던 길 다시 가는 건 정말 싫거든요.
이 방랑에 다른 원칙은 없지만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진 않겠다..
라는 쓸데 없는 고집 하나가 있어서..
아마도 그냥 혼자 자전거 타고 베트남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어차피 전에도 지금도, 아마 앞으로도 계속 혼자일 테니까..
휘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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