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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CENTRAL ASIA

24. 즐겁지 아니한가? - 카파도키아에서 안탈리아까지, 그리고 이스탄불.


음..

이번엔 제목이 좀 이상합니다.


이래저래 일이 많았는데..

차근 차근 풀어보죠.



카파도키아에서 출발하기 전에 글 쓰느라 마저 못 올린 사진.



규레메 에서 멀지 않은 마을인데..

저런 동굴집을 매매도 하는군요. ㅋ



러브 밸리. 신나서 뛰어다니던 무에트.



러브 밸리 어딘가에 있던 찻집.

주인은 없고.. 그냥 우리끼리 자리에 앉아 망중한..

요헤이, 카요, 요나스.



그리고 마지막 만찬.

다들 다음날 떠날 거란걸 알고 있어서..

정말 제대로 차려 먹었습니다.

카요짱의 음식이 지금도 그립다는.. 



다음날 여러번의 작별 인사를 나누고..

이별은 늘 어렵지만..

짧고 굵게.

오르막 내리막을 조금 지나 나타난 평야.


근데..

날씨가 맑은데 신기하게 맞바람이 엄청 붑니다.

지금껏 다니면서 이런 심한 맞바람은 처음.

도무지 앞으로 나가질 않고..

그냥 맞바람도 아니고 돌풍처럼 좌우에서 불어오니 자전거는 비틀비틀..

아 힘들다..



그러다 길 옆에서 수박을 먹고 있던 한 가족이 저를 부릅니다.

수박을 주시길래 먹고..

맞바람이 너무 심하니까 자기 차에 타라고..


원래 일단 자전거 출발 하면 목적지 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가는게 고집 아닌 고집이었는데..

잠시 머뭇하는 사이에 벌써 아저씨와 아들이 제 자전거를 트럭으로

끌고 가시더라는.. ㅋ


아마 저도 너무 힘들었나 봅니다.

그냥 못이긴 척 탔습니다. ㅋ


출발하기 전에 제 매트를 보더니 갑자기 

들고 차 옆으로 가신 아저씨.

펴 놓고서 기도 하시더군요.

사진은 급하게 찍느라 이상하지만..




트럭에 곱게 몸을 맡긴 EST.



중간 마을에 내려서..

그곳을 빠져나가 캠핑하려 했으나,

이런 어디 숨을 때가 전혀 없는 완벽한 평야.


해는 넘어 가는데..

그러다 찾아낸 곳.



아슬아슬하게 도로에서 보이지 않는..



저녁 먹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난 양떼. ㅋ

같이 밥 먹었습니다.

그리고 양치기 아저씨들이 오더니..

거기 배수론데 비오면 큰일 난다고..

음..

비 올것 같진 않은데..


근데 막상 얘기 듣고 나니까 조금 걱정도 되고..

그래서 해지고 나서 그냥 들판에다 텐트 옮기고 잤습니다. ㅋ

뭐 터키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랄까..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노을과 함께.. 

양들도 함께.



일어나서 들판 너머로 보이는 일출.



다시 출발. 

서쪽으로 달리니 아침엔 제 앞으로 그림자가 함께 달립니다.



들판에서 가끔 보이는 텐트족?

아마 집시가 아닐까 싶은데..

확실힌 모르겠습니다.



터키 내륙의 느낌이 물씬..




아 넓다.

근데 계속 평야라 어디 숨어 잘 때가 없네..



그러다 오랜만에 폐가에서 캠핑.

여긴 사람이 한참 다니지 않았는지 아예 길도 없이 잡초로 덮혀 있더군요.

그래서 정말 편하게, 마치 호텔처럼 편하게 저녁 먹고

푹 잤습니다.



그리고 콘야 (Konya) 입성.

도시가 깔끔하네요. 자전거 도로도 잘 되어 있고..



근데 별로 관광하거나 머물거나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요즘엔 그냥 달리고 길에서 자고 하는게 더 좋아서..



중심가에서 잠시 앉아서 휴식하고, 아이스크림 먹고..

지나가는 다정한 연인 구경도 하고..



터키는 휴게소가 많고, 시설이 좋습니다.

주유소 들러서 허락 받고 약식 샤워를 하고 머리도 감습니다.

젖은 채로 달리면 또 먼지 뒤집어 쓰니까

여유롭게 머리를 말리고..

신세는 제가 졌는데 차이 얻어 마시고 잘 쉬고..

머리 말리는 중이라 상태가 영 웃기지만..

그래도 재밌는 사진이라.. ㅋ



터키에선 사람들도 친절하고..

(하루에 차이를 몇번 얻어먹는지.. ^^)

주유소와 마을마다 큰 슈퍼들..

풍경이나 이런 건 둘째치고 캠핑하고

다니기 참 편한 조건입니다. 



콘야 벗어나고..

슬슬 산이 보입니다.



오르막 내리막..

근데 어찌나 기분 좋던지..

그냥 아무것도 아닌 곳이지만 그냥 자전거 타고 있는 것 만으로

너무 즐겁습니다.



점점 오르막..

한참 오르다 뒤로 돌아보고..



산이 좋은 건,

캠핑하기 좋다는 점.



캠핑하고 일어나서 다음날 큰 도시가 있으면 편합니다.

물품 보충도 하고..

근데 도시 초입인데도 양떼는 여전히 등장. ㅋ



드디어 안탈리아!

그러나 도시가 아니라 안탈리아 주.

도시까진 아직 한참..



이번엔 염소떼.

그리고 손 흔들어 주시던 아저씨.



오르고..

또 오르고..

어 생각보다 꽤 높네?


정상 찍고 내려오다 그제서야 고도가 궁금해서 확인해 보니..

1500.

한참 내려온 후였으니 얼추 1700 이상은 올라갔던 건데..

뭐 이젠 그냥 그려러니..


근데..

여기서 부터 사건이 시작 됩니다.


중국서 아팠던 무릎에 다시 아프네요.

자전거 잠시 살펴 보느라 쪼그려 앉았더니 갑자기 통증이..

그래도 조심히 조심히 또 오르막을 오르고..


그리고 또 다운힐.

길이 좀 울퉁불퉁 하네요.

조심히.. 했는데..

한번 덜컹 하더니..


어, 뭔가 느낌이 이상한데?


그리고 살펴보니..



염려하던 일이 드디어..

패니어 후크가 아예 통째로 부러졌습니다.

그냥 빠진 것도 아니고 아예 부러졌으니 달리 수습할 방법도 없고..


시간은 이미 7시.

어쩔수 없이 일단 캠핑하고 다음날 히치 하이킹 하기로 결심.



그래도 긍정적으로..

라면은 이제 지겨워서..

나름 정성껏 요리.

그래봐야 인스턴트 스프에 토마토 들어간 거지만..

맛은 정말 좋았습니다. !!



패니어 부러진 곳 바로 그 옆에 공터가 있어서..

더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라 그냥 어쩔 수 없이.

지나온 곳, 저 밑으로 보이는 곳곳에 멋진 캠핑장이 널렸는데..

아 젠장.

그래도 긍정적으로.


근데..

지금부턴 사진도 없이 긴 얘기 입니다.



해가 지고 잘 준비 하는데..

뭔가 번쩍 번쩍..

응?

밖을 내다 보니 산 저 너머에 먹구름.

번개가..

그리고 천둥.


산에선 종종 일어나는 일이니까 괜찮겠지.

근데 번개와 천둥 사이의 간격이 점점 줄어드네요.

먹구름이 점점 제 쪽으로 옵니다.


거의 산 정상인데다가 공터라서..

혹시 벼락이 텐트로 떨어지면?

확률상 거의 드물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점점 무서워집니다.


비도 오기 시작하고..

아무래도 이상태로 있다간 번개 안맞더라도 불안해서 못잘거 같았습니다.

결단!


바람은 엄청 불고, 비도 오고..

와중에 부랴부랴 텐트 걷고..

히치 하이킹 하려 길 앞으로.

근데 이미 밤이라 차도 잘 안오고.

그 산꼭대기서 그 밤에 이상한 남자가 손들고 있으니 누가 태워주겠습니까..

세대쯤 지나갔는데 다 그냥 가더군요.

아마 자리도 없어 보였고..


어째야 하지..

비맞고 서서 혼자서 욕을 얼마나 했는지.

그래봐야 변하는건 없고..


다시 마음을 바꾸고..

비는 계속 오는데 그냥 처량하게 그렇게 있는 것도 영 아니다 싶고.


다시 텐트를 칩니다. 달리 비 피할 곳이 없으니..

비바람을 맞으며.

축축히 젖어서 텐트 안에 눕습니다.

슬리핑 백도 안펴고 여차하면 다시 튀어나갈 수 있게..


새벽까지 자는둥 마는둥 바짝 긴장.

바람 때문에 텐트도 펄럭 거리고..

텐트 안에선 소리가 더 크게 들립니다.


집 떠나고 처음으로

내가 뭐하는 짓인가 싶고..

괜히 서럽고.. 


다행히 새벽쯤에 구름이 물러났습니다.

어느 순간 사방이 다 조용해 집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잠들었다가..

잠시 눈 감은 것 같은데 눈뜨니 해가 떴습니다.


여튼 그렇게 시련의 밤이 지나고..


어렵게 히치 하이킹.



그러고 보니 히치 하이킹도 처음 해보네요. 

다행히 좋은 분들 덕분에..



안탈리아 까지 간다니 마을까지 온 다음에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주십니다.

안탈리아 가는 미니 버스가 제가 있는 곳까지 오네요.



터키의 버스는 참 좋습니다.

미니 버스인데도 넓어서 자전거가 뒷 짐칸에 쑥 들어갑니다.


긴장속에 밤을 보내서 인지 버스에서 미친듯이 자고..

지난 밤에 혹시나 싶어 안탈리아의 웜샤워 호스트 몇명에게 메세지를 보냈는데,

다행히 한명이 응해 주었습니다.


근데 본인은 여행가 있고 여자친구만 집에.. ㅋ

도착 했더니 여자친구도 친구집 가서 지낼거라고..

덩그러니 저 혼자 남의 집에 남겨 졌네요.


근데 패니어를 어쩌지..

고치려면 어떻게든 고치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신경쓰기 싫고.


새로 사자.

인터넷으로 주문 하려고 하니 제 카드는 결제가 안되네요.

어쩔 수 없이 쉬지도 못하고 바로 밤차 타고 이스탄불로..

지도 보니 최단거리로 700 킬로 이상. ㅜㅜ


새우잠 자고 아침에 도착.

요헤이에게 들었던 투어링 전문 자전거 샵을 찾아갑니다.



깔끔하고.. 친절합니다.

값은..

한국이랑 거의 비슷하네요.

여긴 유럽 자전거 여행자들이 많이 쓰는 브랜드들을 다 취급하네요.

한국에서 많이 쓰는 셜리, 후지 등은 없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용품들.


그간 계속 무채색 계통이어서..

이번엔 아예 화려한 색깔로 가 보기로.

빨간색, 노란색 고민하는데..

까만 자전거에 색깔별로 올려 놓고 보다보니 직원들이

노란색이 좋을거 같다고..

귀가 얇아서.. 노란색으로 결정.



다시 안탈리아로 가야하는데..

역시 밤차만..

시간은 남지만 이렇게 어설프게 와서 관광하긴 싫고..

아시아 지역 끝쪽에 가서 잠깐 필요한 거 사고.

그냥 멍하니 앉아서 유럽 쪽을 보면서 시간 보냈습니다.



노천 카페.

저너머 유럽이 보이네요. 



패니어 부러진 이후에 당연히 기분은 저기압이었습니다.

카타르 에어웨이 욕을 몇번을 했는지..

물론 패니어에 무리하게 꾸역 꾸역 밀어넣은 제 잘못도 있지만..


지중해를 즐기고 싶던 계획도 날아갔고.

밤중에 혼자 쇼하고..

돈쓰고 시간 쓰고 피곤에 쩔어서 이스탄불 오가는 것도 미치겠고..


근데 앉아서 노을 보고 있으니 다 스르륵 풀립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느낍니다.

그 미칠 것 같았던 순간들도 무사히 넘기고 나니 다 괜찮다.

그래도 여전히 즐겁다.

내가 지금 이렇게 까지 하면서 계속 다녀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근데 즐겁습니다.

정말 즐겁습니다.

오기나 고집으로 계속 다니진 않겠다.

즐겁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그만 둔다.

즐겁다면..

계속 가겠다.


노을이 지고..

어둠이 깔리고..

이스탄불의 야경이 펼쳐집니다.

처음엔 그냥 빨리 버스 타고 가서 쉬고 싶었는데

앉아 있으니 떠나기 싫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


다시 밤차 타고 안탈리아로..

지금까지 세번 터키서 버스 탔는데..

메트로가 제일 큰 회사라는데..

이날 탄 파묵칼레 버스가 시설이 정말 좋네요.

인터넷 빵빵하게 터지고,

USB 단자도 있어서 아이폰 충전 되고..




아침에 도착해서 이것저것 정리하고..

안탈리아 잠시 구경.

지중해에 위치한 유명한 휴양지.



여기서도 점령 시위중.

지금 터키는 이래저래 시끄러운데..

이스탄불도 그렇고 이제 많이 심각해 보이진 않습니다.

우리나라 촛불시위 때랑 조금 비슷한 느낌도 있고..



올드 타운.

근데 뭐 전부 레스토랑, 호텔, 기념품 점이네요.


몸도 힘들고 휴양지에 혼자 노는 것도 별로 재미없고..



그냥 글로 쓰고 나니 별일 아닌 것 처럼 느껴지네요.

뭐 실제 별일 아니기도 하고..

근데 이 일들이 벌어지는 그 동안엔 저로선 참 난감하고

답답하고..


그래도 덕분에 다시 많은 걸 느꼈습니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역시 가장 큰 건 즐거워야 한다는 거.


얼마나 더 멀리 갈지 아직 모르겠지만,

부디 앞으로도 계속 즐겁기를..





휘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