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OURNEY/CENTRAL ASIA

<두둥실, 구름따라 가는 길> 23.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 바투미에서 카파도키아.




2013. 6. 22


바투미에서 하루를 보내고..


출발.



오랜만에 보는 바다. 흑해와의 첫만남.



바투미를 벗어나 터키 국경으로..



터키 국경은 꽤 번잡한 분위기.

국경 넘는 것도 몇 번 하다보니 큰 감흥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사진 한장 정도 찰칵..


사실 터키에서 어디로 갈지 정확히 정하지 않은 상태.

근데 국경까지 바다 보면서 달리다 보니 좀더 흑해를 보고 싶어져서..

일단 트라브존 까지 가기로..



터키 넘어오니 역시 모스크가 곳곳에 보이네요.

생각보다 길이 너무 잘 닦여 있습니다.

마치 라오스, 캄보디아에 있다가 태국 들어갔을 때 같은 기분입니다.

그리고 심카드 사고 밥먹으러 가보니 물가가 엄청 비싸네요.. 

음..



흑해를 따라 달리다 보면 자그마한 해수욕장이 꽤 보입니다.

가족들, 친구들 끼리 나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저도 들어가서 놀고 싶었지만..

샤워 시설 같은게 없으니 소금물에 젖은 채 자전거 타고 싶진 않아서 포기.



가는 길에 바닷가에 누군가 놓아 둔 낡은 소파.

왠지 운치 있어 보입니다.

저도 잠시 앉아서 휴식.



꼭 흑해가 보이는 곳에서 캠핑 하고 싶었습니다.

근데 길이 너무 잘 닦여 있으니 공터가 잘 안보이고..

어느 지점 부턴 큰 마을들이 끝없이 이어지네요.


거기다 다시 시간이 한시간 빨라진 걸 계산 못하고..

아르메니아, 조지아에선 8시 넘어야 해가 지기 시작했는데,

여기선 7시면 해가 집니다.


6시쯤 됐는데 생각보다 해가 많이 내려왔네요.

아차..

마음이 급해지고..

적당한 곳은 안보이고..



그러나 결국 찾았습니다.

절묘한 곳에..

그간의 경험과 동물같은 직감으로..

터널 옆에 왠지 좋은 공간이 있을것 같아서..

꽤 괜찮은 곳.


텐트 치는데 어떤 아저씨가 와서 조금 불안했는데..

착한 분이었습니다.

낚시 하러 왔는데 저보고 자기 집에 가자고, 밥도 주겠다고 했으나..

전 꼭 흑해를 보며 캠핑 하고 싶었기에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텐트 치고, 기대했던 이상으로 아름다운 노을.

역시 한참을 멍하니 보았습니다.

저는 노을 사냥꾼. !!



아침이 되고 다시 출발.

잠깐씩 국도변 마을도 들어가긴 했지만,

대부분은 국도 타고 달렸습니다.

길이 잘 되어 있으니 그냥 달리는 기분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예상보다 일찍 트라브존 도착.



숙소에서 보이던 노을.

여기서 테츠오상과 코타로를 다시 만납니다.

이번엔 약속한게 아닌데,

전 예상보다 하루 일찍 도착했고, 테츠오상과 코타로는 예상보다 

하루 더 머물러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제일 싼 곳을 찾아가니 같은 숙소에서 다시 만날 수 밖에 없는.. ^^



트라브존에서 딱히 한건 없습니다.

밥먹고 휴식하고..

숙소 바로 옆이 중심가네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나가서 사진도 못 찍고..


어쨌든 이미 원했던 흑해 보며 캠핑하기도 했고..

그러고 나니 이왕 이렇게 된거 지중해도 구경해 보자!

바로 가긴 머니까 일단 버스 타고 카파도키아로..



코타로도 저와 함께 가기로 하고..

거기다 트라브존에서 다른 자전거 여행자들을 만납니다.

일본인 커플. 

그들은 네덜란드에서 출발해 일본으로 가는 중.

트라브존에 자전거를 두고 잠시 휴식을 겸해 카파도키아로 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네명이서 함께 카파도키아로..



터키 버스는 매우 편합니다.

숙소가 있는 중심가에서 버스 터미널까지 봉고로 모셔다 주고..

자전거 싣는것도 물을 때 마다 No Problem !!



그러나 시간은 엄청 오래 걸립니다.

중간 중간 도시마다 멈춰서 사람들을 태우고 워낙에 안전 운전이라서.. ㅋ

하지만 도로가 깨끗하고 빨리 달리지도 않으니

짐칸에 넣어둔 자전거 걱정은 훨씬 덜 됩니다. 



카파도키아. 관광객들이 주로 머무는 곳은 규레메 (Goreme)


캠프사이트가 몇개 있는데..

저는 자전거가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없으니까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정합니다.

코타로도 텐트를 빌려서 함께 캠핑하기로..



그리고 여기서 다시 클레어라는 프랑스분을 만납니다.

그녀는 도요타 랜드 크루저를 몰고 강아지와 함께 10개월째 여행중.

얼마전에 50이 되었으나 어느 젊은 여자보다 더 멋있게 여행하고 있습니다.


카파도키아는 꽤 큰 지역이기 때문에 멀리 구경가려면

투어를 해야 하는데..

그 투어 값이 꽤 비쌉니다.

근데 클레어가 자기 차로 같이 다니자고. !!!

당연히 우리로선 OK, 땡큐, 감사!




지하 마을.

인상적인 곳입니다.

미로처럼 얽혀 있지만 있을 거 다 있고..

환기 시스템도 훌륭해서 공기도 괜찮네요.

 


좁은 통로를 빠져 나오는 클레어와 그녀의 강아지 무에뜨. 



카파도키아는 뭐 관광지 따로 없이 다녀보면 다 멋있는 거 같습니다.

자연의 놀라움과 인간이 거기서 함께 살아온 흔적들.

역사속의 이야기들..


뭐 언제나 그렇듯 자세한 정보는 생략.



세개의 텐트.

코타로가 빌린 중간의 텐트가 제일 크군요. ㅋ



그리고 카요의 훌륭한 저녁 식사.

캠핑하면서 이렇게 맛있게 먹어본 건 처음.

감동..



클레어의 표정이 좀 이상하게 나왔지만..

정말로 밝은 분.

환상적인 저녁 식사!!



다음날 아침에 카요가 제 카메라 집어 들더니 찍은 사진. ㅋ

캠프 사이트라 다른 사람 걱정 안해도 되고..

관광만 하면 되니 일어나서도 느긋합니다. 



힐라라. (Ihlara)

한국 발음으로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대충 힐라라 같은데..

여튼 계곡을 따라 걷다보면 계속해서 이런 교회들이 등장합니다.

다 사연이 있고..

나름의 방법들이 있고..





클레어가 운전한고..

저흰 그냥 앉아서 가만히 있다가 내려서 관광하고..

너무 편하고 고맙고.. 조금 미안하기도 하고.. ^^



캠프 사이트 뒤편 로즈 밸리.

해질 무렵 함께 갔습니다.



여기도 역시 동굴들..



여기서 잠시 보니까 혼자 캠핑하고 싶은 마음이..



클레어의 랜드 크루저.



여기가 포토 존인듯. 

석양 무렵이 되니 대포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엄청 와서 사진 찍을 준비 하더군요. ㅋ



우린 저녁 먹어야 되니 다시 캠핑장으로..


이날 저녁엔 다른 독일 자전거 여행자 요나스도 만납니다.

같이 저녁 먹고..



다음날은 오픈 에어 뮤지움.

15리라나 냈는데..

조금 실망.

사실 다른곳을 안봤다면 와! 했겠지만..

그저 규레메에서 가깝고 한 장소에 이것 저것 모여 있어서

유명한 관광지가 된 듯.

큰 감흥은 없지만.. 짧은 시간 카파도키아 관광이라면 괜찮은 곳인듯.




다들 시큰둥 해서 보다가 그냥 단체 사진 !!



요나스가 찍은 사진.



그리고 오후엔 수영장에서 물놀이.

캠핑장에 수영장이 있는데 자그마치 25M 풀.

거기다 워터 슬라이드 까지..

마치 고급 리조트 온 기분.



즐겁게 놀고 있는 요헤이와 카요.



그리고 염장샷.. ㅜㅜ


카요짱의 요리 실력도 훌륭하고, 요헤이도 듬직한 청년입니다.

며칠 같이 지내는 동안 솔직히 많이 부러웠습니다.

함께 이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짝이 있다는 것.

그리고 같은 꿈을 꾸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


두 사람은 자전거로 아시아 대륙을 통과해 집까지 돌아갑니다.

그리고 그 후에 결혼하고, 고향에서 농장을 할거라고 하네요.

이미 요헤이의 부모님 농장에서 함께 일하며 많은 공부를 하고

준비를 해왔다고..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보다

이렇게 함께 있는 게 정말 사랑하는 게 아닐까..

전 그래서 사랑의 실패자. ㅜㅜ

다 제가 못난 탓.. 


저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자전거 타고 멀리 멀리 가고 싶습니다 !!

아마 그럴 일은 없을 듯 보이지만.. 


함께 며칠간 정말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이제 헤어질 시간.

너무 재밌게 지내느라 글도 못썼네요.


처음으로 출발하기 전에 글 씁니다.

갈길이 머니 지금 안쓰면 너무 밀릴 거 같아서..

전 이제 다시 쓸쓸히 혼자 자전거 타고 길 위로..

음.. ^^



아마 지중해를 만난 후에 글 올리겠네요.

사랑한다면 함께 하세요.

저도 언젠가 저의 그녀(?)와 함께할 날을 꿈꾸며..

지금은 제 옆에 있는 EST와 함께 다시 길 위로.



Vamos EST !!


휘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