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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CENTRAL ASIA

<두둥실, 구름따라 가는 길> 22. Make your choice. - 트빌리시에서 바투미까지



2013. 5. 26



혼자서 길게 여행을 해본 사람은 알겁니다.

특히 자전거로 다닌다면 더욱 더.

그건 바로 늘 선택의 순간에 선다는 것.

선택 해야 하고, 선택 할 수 밖에 없고,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가 직접적으로

드러납니다.


오후쯤 딱 눈에 띄는 캠핑 자리.

그러나 텐트 펴기엔 너무 이른 시간.

잠시 고민하지만 출발 합니다.

그런데 막상 캠핑할 시간엔 이상하게 적당한 자리가 눈에 띄지 않고..

아마 경험해 보신 분들은 딱 무슨 기분인줄 아실듯.. ^^



물론 살면서 어느 순간에나 우린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만..

제 삶을 돌아보면 정작 선택의 순간을 자각한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 마지 못해 하거나, 어느 순간 선택을 하고 지나가 버렸거나..



그래서 이 얼마간 어떤 선택들을 했고 그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우선 트빌리시에서 머물던 숙소는 호스텔 로맨틱 (Romantik)

거기서 예레반 리다 할머니네서 만났던 코타로를 다시 만납니다.

카즈베기 (Kazbegi)에 하루에 다녀올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딱히 할일도 없고 같이 가기로 합니다.


선택 : 하루만에 카즈베기 다녀오기.

 


러시아 국경 가까이 까지 올라옵니다.

버스로 4시간 가까이 걸리네요.

높은 지대라 버스에서 보는 풍경도 좋습니다.

자전거로 왔으면 더 좋았겠지만..

고도도 높고 길도 그닥 좋지 않아 사실 자전거로 오기엔 힘들듯 합니다.



늦게 출발한 바람에 부랴부랴 정상에 있는 교회를 향해.

소들이 다니는 가파른 지름길을 올라..



드디어 교회.




여기서 보는 풍경이 기가 막힙니다.



천진난만한 청년 코타로군.


선택의 결과

자전거를 타고 가다 만나는 전혀 유명하지 않은 풍경들 속에서

가슴 벅찼던 적이 많습니다.

역시 버스 타고 그냥 구경 가는건 기대가 커서인지

그런 감흥이 없네요.

하지만 어차피 자전거로 오긴 힘든 곳이었고,

정상에 올라 보는 풍경은 정말 좋았습니다.

결국 그럭저럭 괜찮은 선택.



다음날은 다시 1일 관광.

므츠헤타 (Mtskheta)

역시 코타로와 함께.. 그리고 다른 한국인 종환씨도..



여긴 트빌리시에서 가깝습니다.

역시 별로 할일 없으니 선택하고 함께 나섰습니다.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자바리 (Javari) 교회에서..

여긴 제가 무릎이 아파서 그냥 택시비 나눠내고 타고 올라갔습니다.

걸어가긴 좀 애매한 곳이더라는..



이곳도 풍경은 참 좋습니다.



내려와서 마을 중심의 교회.

여긴 굉장히 잘 정돈되어 있고 관광지의 느낌이 물씬 나네요.

코타로는 여기가 카즈베기보다 더 좋다고..

전 아무래도 자연 그대로 숨쉬는 모습이 남아 있는 카즈베기가 좀 더 좋은 듯.


선택의 결과.

그냥 하루 쉬엄 쉬엄 구경하기 나쁘지 않았으니..

그냥 저냥.



조지아 곳곳에서 늘 십자가와 교회를 볼 수 있습니다.

재밌는건 정말 무섭게 운전하는 기사들도 그 와중에 십자가를 보면

성호를 그린다는 거..

보고 있음 그게 더 무서울 때도 있습니다. 

그 속도에서 한손만으로 운전하는 거니.. ㅜㅜ



숙소 돌아왔다가 같이 트빌리시 야경 구경.

다시 걸어서 요새 위로 오릅니다.

위에소 본 풍경.



아래서 본 풍경.


선택의 결과.

이건 딱히 뭐라고 말하기가..

풍경은 참 좋았고 공원에서 같이 맥주 마신것도 좋은데..

왠지 남자 넷이 즐기기엔 뭔가 좀 서글픈.. ㅋ



트빌리시에서 생각보다 꽤 오래 머물렀습니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출발.



고리 (Gori)


스탈린의 고향. 스탈린 박물관도 있고..

도시 중간에 고대의 성곽이 남아 있습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 동굴 마을도 있다는데..

트빌리시에서 너무 오래 머물렀고, 관광은 할만큼 했다는 생각에..


선택 :

잠시 보고 빠져 나옵니다.




근데 지도 보고 다시 국도로 올랐는데..

반대 차선으로만 연결되어 있네요 ㅜㅜ

중앙에 블럭이 있어서 넘지도 못하고..

다행히 갓길이 넓어서 어쩔수 없이 한참을 역주행.

근데 저멀리 하늘에서 뭔가 추락하는 걸 발견.

뭔지는 모르겠지만 첨 보는 광경이라 한참을 봤습니다.


그러나 역주행은 조금 무섭더라는..


결과

역주행은 금물.

대신 신기한 추락체 목격.

여전히 궁금.. 뭐였을까..



다시 한적한 국도.

근데 여기서 기분 나쁜일을 여러번 당합니다.

달리던 차에서 빈 맥주 깡통을 던지지 않나..

갑자기 조수석에서 큰소리를 질러서 놀라게 하고..


동양인이 익숙하지 않고,

거기다 제 머리 스타일이 좀 눈에 띄다 보니..

뭐 자기들끼리 저 보면서 킥킥 하는 건 그냥 그려러니 하는데..


안그래도 고리 지나서 부턴 갓길도 없고 차들은 미친듯이 달려서

잔뜩 긴장하고 달려야 하는지라..

조지아에서 자전거 타는 게 별로 즐겁진 않았습니다.


여튼 국도변에 텐트치고 하룻밤.



노을.

언제봐도 노을은 참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밤에 페이스북으로 메세지가 오네요.

역시 로맨틱에서 만났던 테츠오상이 쿠타이시에 도착했다고,

그리로 오라고..

코타로와 기다리고 있겠다고 하는데..

원래는 그렇게 빨리 갈 생각도 없었고, 다른 곳으로 갈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기다린다니 알았다고 합니다.


선택 : 하루안에 쿠타이시로.



가는 곳곳에 교회와 옛날에 지어진 성곽들.



산 중턱에서 다시 터널.

얼마전에 터널에서 한번 된통 당했던지라..

우회로로 갈까 잠시 고민합니다.

근데 산길로 5Km 가까이 돌아야 하네요.

아무리 터널이 무서워도 그렇게 까지 돌기는 힘들고..

쿠타이시 까지 거리도 꽤 멀었기에..

라이트 다 달고 그냥 터널로 진입.


결과 : 다행히 새로 지어진 듯. 길도 깨끗하고 조명도 밝아서 쉽게 빠져 나옵니다.

대 성공!



테이블이 보이길래..

챙겨온 점심 먹고..

근데 브레이크가 너무 헐렁하네요.

아직 열심히 달려야 하니 제대로 손보고 가자.

수리하기로 결심.. 근데..


결과 : 앞브레이크가 완전 고장.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던게 제가 손대자 마자

조절 나사의 나사선이 뭉개져서 튀어 나왔습니다. 

장력이 조절이 안되니 한쪽은 림에 딱 붙고 다른쪽은 붕 뜬 상태.

브레이크를 통채로 교체해야 하는 상황.



다시 선택

앞브레이크 없이 가도 될까?

히치 하이킹을 할까?

일단 가 보기로 합니다.

한쪽 브레이크 슈를 떼어내 버리고 출발.

너무 위험하다 싶으면 히치 하이킹 하기로..




결과 :

그냥 쿠타이시에 도착합니다.

산길이긴 했으나 경사가 그닥 심하지 않아서..

뒷브레이크로 조심 조심 어떻게 도착 했습니다.


그러나 리스크가 큰 선택입니다.

자칫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

이런 선택을 하지 않게 늘 자전거 정비를

잘 해두는 게 최고인 듯.



130Km 주행.

정말 오랜만에 100Km 넘게 달렸습니다.

그것도 산길에 브레이크 고장까지 안고서..

간다고 했으니 가야죠.


그리고 쿠타이시에서 머문 술리코씨네 홈스테이.

나름 유명인.

와인과 차차 (보드카인듯)가 완전 무료.

그리고 술리코 씨의 드링킹 쇼.. ㅋ


다른 일본 여행자 두명, 아츠와 류야까지 해서..

늦게까지 술.

한국말을 잘 하는 테츠오상이 있다 보니..

저도 아는 일본말 총 동원하고..

결국 한국어, 일본어, 영어가 뒤섞여서 남자들 끼리 음담패설도 즐기고..

힘들게 달린 대신 즐거운 밤이었습니다.




코타로와 테츠오 상.




두사람은 메스티아로 떠나고..

전 자전거 수리를 합니다.

여기서 시마노 XT 브레이크 (중고) 로 교체.

그리고 가벼운 흙받이도 눈에 띄길래 역시 교체.

그리고 쿠타이시 관광은 포기하고 푹 쉬기로..


꼼꼼이 수리해 주던 자전거샵 청년.


선택 : 관광은 실컷 했으니 그냥 쉬자.

결과 : 지나고 보니 좀 아쉽긴 합니다. 음..



쿠타이시 중심 광장.





다시 살짝 변신한 EST.

시마노 브레이크랑 그간 쓰던 물통용 앞짐받이가 맞지 않아 그냥 떼 버렸습니다

물은 일단 뒷가방 위에도 하나 정도 매달수 있으니까..

이건 딱히 선택의 여지가 없었네요.




그리고 다시 선택.

원래 국도를 벗어나 시골길로 해서 천천히 바투미로 가려 했으나..

매스티아 (Mestia) 에 왠지 관심이 생겨서..

거기다 술리코씨네 앞까지 버스가 온다고 하네요.

그래서 선택.

아침에 버스가 오면 자전거 실을수 있는지 알아보고 가능하면 버스로 매스티아로 간다.

아니면 그냥 원래 계획대로.


아침이 되고..

뭐 가는 사람이 우리 셋 밖에 없어서 자리가 남습니다.

그냥 앞바퀴 떼지 않고 뒷자리에 잘 들어가네요. ㅋ



매스티아.

갑자기 렌즈 앞으로 난입한 류야.



여기도 홈스테이.

나지 아주머니네.

머무는 방에서 보이는 풍경.



그리고 이미 도착해 있던 테츠오상과 코타로.

총 다섯명이서 차 대절해서 우쉬굴리(Ushguli) 로 투어.

매스티아부터 여기까지 모두 세계 문화 유산이라고 하네요.


여긴 길이 무척 험합니다.

4WD 승합차로 3시간 넘게..

200라리. 사람을 많이 모을수록 돈은 적게 듭니다.

트랙킹으로 갈 수도 있으나 시간은 꽤 오래 걸리니

하루 묵을 생각으로 가야할 듯. 

하지만 트랙킹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참 좋을 듯. 전 무릎이.. ㅜㅜ


아름다운 산.

그리고 마을에 집집마다 높게 솟은 굴뚝들.

그게 다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기막힌 풍경.



밥먹다가 다같이 한장.



동물을 무척 좋아하는 코타로군.



풍경은 기가 막힌데..

역시 뭔가 가슴 깊은 감동은 없네요.

새삼 다시 느끼지만 전 그냥 차타고 가서 하는 구경은 별로 맞지 않는가 봅니다.

아 멋있다.

사진 찍고..

그러고 나면 알 수 없는 허무함이..



그래도 사진은 열심히..



계속 생글생글 웃다가 카메라만 들이대면 표정이 어색하게 변하던 꼬마. ㅋ



우쉬굴리는 그 옛날 마을의 분위기는 다 없어진듯.

대부분 게스트하우스를 하고 있고 길은 개와 소 돼지가 거의 주인인냥

돌아다닙니다.



다시 선택.

원래 매스티아에서 자전거 타고 가려고 했는데..

얼마전 부터 계속 감기 기운이 있더니..

우쉬굴리 다녀오면서 심해진 듯.

잠도 제대로 못자고..

날도 계속 흐리고..

또 집앞으로 버스가 왔길래.. 그냥 버스에 탑니다.

이번엔 버스 지붕에..


결과.

후회 막심.

힘들어도 그냥 자전거 탈걸.

버스 타는게 더 힘듭니다.



어쨌든 바투미 도착.

코타로와 테츠오상은 이날 바로 바투미에서 트라브존 넘어가는 버스를 타기로..

잠시 바다에서 같이 앉아 있다가 인사를 나눕니다.

그간 정도 들고 재밌게 다녔는데..

헤어짐은 늘 어렵습니다.



바투미 (Batumi)

여긴 뭐 그냥 완벽한 휴양지네요.

오후 늦게 도착해서 숙소잡고 잠시 둘러 봤는데..

돈이 좀 여유 있으면 2,3일 쉬기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전 그렇지 못하니 휴식이 아니라 가시방석..

 당연히 하루만 머물러야 하구요.. ㅜㅜ



거기다 이런 곳은 혼자서 어슬렁 거리기엔 어울리지 않는듯 합니다.

연인과 함께.. 음..


그래서 전 내일 다시 떠나야죠.

터키로..!!


조지아에선 정작 자전거 탄 날은 사흘 밖에 안됩니다.

이유는 저도 모르겠네요.

아르메니아에서 너무 즐겁게 보내고 좀 지친건지..

저도 모르게 그렇게 선택들이 흘렀습니다.

조지아에서의 시간들을 돌아보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제 원래 목적과는 좀 멀어졌지만

대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수 있었습니다.


완벽히 좋거나 완벽히 나쁜 선택은 없습니다.

늘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

제대로 자전거를 타고 즐기지 못한 아쉬움 대신

즐거운 만남이 제 마음에 남았습니다.


집을 떠나서 떠도는 동안..

절실히 느낍니다.

지금 선택하고 있구나.

선택해야 하는구나.


그리고 그 긴장감과 두려움마저도 저를 들뜨게 합니다.

선택하는 그 순간 순간 마다 살아있다고 느낍니다.


터키로 넘어가고, 그리고 후에 유럽까지 가면서

또 수많은 선택들을 하게 될테지만..

그리고 대부분은 후회하거나 그냥저냥 나쁘지 않았네 정도로 끝나겠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선택하는 그 순간마다,

저는 지금껏 살아온 그 어느때 보다 살아있다고 느낄테니까요.




당신은 지금 어떤 선택을 하고 있습니까?

^^



휘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