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OURNEY/CENTRAL ASIA

행복의 나라로. - 테헤란에서 이스탄불까지.



저는 방랑 중입니다.

두둥실.



떠나기 전 방콕에서의 송크란 축제.

흠뻑 물맞고 신나게 놀고..

숙소에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원래 인도를 가려 했으나

이유를 알 수 없이 비자가 거부 되었습니다.

파키스탄은 한국으로 가야 비자를 받을 수 있고..


그래서 가기로 한 곳.

이란.


인도 비자 거부 된 것도 타격이 컸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이곳은 테헤란의 관광지나 유명한 곳이 아닌..

제가 머문 웜샤워 호스트의 집 옥상입니다.


여기서 일주일을 그냥 아무것도 못하고 머물렀죠.

왜냐하면..

제 짐이 다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중간에 경유하면서 시간이 한번 꼬이고..

어찌 어찌 테헤란 도착해보니

자전거 박스만 와 있고 나머지 짐은 다 실종.


짐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제가 머문 집.

그러나 결국 짐은 오지 않았고..

저는 15일 비자.

거기다 이란에선 외국인이 돈을 찾을 방법이 없습니다.



테헤란에서 구경한 곳은 오직 바자르 뿐.



대신 우연히 젊은 친구들을 만나 이란의 지금 모습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듣습니다.

제가 느낀 이란이라는 나라의 모습은..

'혼란' 이었습니다.


외부엔 마치 굉장히 위험한 나라인 것 처럼 비춰지고 있지만..

그 안은 그저 사람들이 모여사는 평범함 모습입니다.


다만 외부 상황이 워낙 좋지 않고..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

종교와 정치가 분리 되지 않은 까닭에 

많은 것들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제가 떠난 후에 치뤄진 선거에서 개혁파가 이겼다고는 하지만..

젊은 친구들은 별 다를 게 없다고 하더군요.


여자들은 무조건 스카프를 머리에 써야 하고,

술 금지, SNS와 각종 인터넷 사이트도 막혀 있습니다.

하지만 젊은 친구들은 비웃듯이 모든걸 다 하고 있네요.

한참동안 자기 나라와 정부에 대한 불만을 들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테헤란에서 

급하게 필요한 물품들만 구입하고..



가려고 했던 이스파한과 다른 곳들도 모두 물건너 갔고..

국경과 가까운 타브리즈에서 부터 다시 출발합니다.




단촐해진 짐.



하지만 테헤란에서 부터 국경을 빠져나올때 까지

말로만 들었던 이란 사람들의 친절함을 매일 느낍니다.




유명한 곳들은 못 가봤지만..

그래도 구석 구석 제 마음을 들뜨게 하는 풍경은 

있었습니다.



언젠가 다시 오고 싶다는 마음만 가득 남기고 

이란을 빠져나옵니다.











그리고 아르메니아.







아르메니아의 대부분은 산입니다.

그래서 저도 자연과 함께 지내게 됩니다.


입국하자 마자 캠핑.





아르메니아에서도 역시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지만..

저에겐 '산'의 기억이 가장 크게 남습니다.



입국한 이후로 며칠간을 계속 오르막..

방콕에서 오래 쉬기도 했고,

워낙에 높고 경사가 심해서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방콕에서 새로운 머리도 했네요. ^^)



그래도 꾸준히 가다 보면 언젠가 내려간다는 걸 알고 있죠.

그래서 오른 매그리 패싱. 

고도 2535.



아르메니아에서 가장 행복했던 건..

아름다운 캠핑 장소가 곳곳에 있다는 것.


해가 저 높이 떠 있어도 마음에 드는 곳이 나오면

그냥 텐트를 칩니다.

거기서 밥을 해 먹고,

노을을 보고,

별을 봅니다.








가다보면 불러서 같이 밥먹자는 분들도 있고..

그런데 나이 드신 분들은 너무 친절하지만

젊은 친구들은 안그런 사람들이 많네요.


시골에서 아시아인을 볼일 자체가 거의 없는데다가..

이상한 머리를 하고 자전거를 타고 가니

눈에 띌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대놓고 와서 시비 걸거나 나쁜짓을 하진 않지만..

가끔 기분 나쁜 일들은 생기네요.

저도 사람인지라 짜증도 나지만..

그것보도 약간 측은한 마음도 듭니다.


아르메니아도 가난한 나라입니다.

젊은 친구들이 만나는 바깥 세상은 대부분 인터넷.

그저 동네에서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지방 도시에서 느끼는 색깔은..

회색입니다.

건물도..

사람들의 표정도..


라오스, 캄보디아에선

그렇게 가난해도 그 사람들 얼굴에서 너무나 환한 미소를 보았는데..

무엇이 다른걸까 생각하게 됩니다.



한참 동안 산에서 지내고 드디어 평지.

저 멀리 노아의 방주가 내렸다는 아라랏 산도 보입니다.





아르메니아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크리스트교를 국교로 받아들인 나라입니다.

그래서 곳곳에 오래된 교회들이 있고,

그 곳들이 아르메니아의 주요 관광지 입니다.



전 많은 곳은 가보지 못했습니다.

대부분 산 속 깊은 곳에 있어서..



코르 비랍에선 운 좋게 미사를 봅니다.

마치 한편의 오페라를 감상하듯이..

신비로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수도 예레반.

아르메니아의 모든 부는 이곳에 몰려 있는 듯 합니다.

공화국 광장 주변엔 시골에서 생각도 할 수 없었던

비싼 브랜드의 매장들이 즐비합니다.


이런 불균형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예레반을 빠져 나오는 길에선 마음 아픈 일도 있었습니다.

저를 쫓아오던 개 한마리가 차에 치였습니다.

시체라도 치워줬어야 하는게 아닌가..

동네 아주머니가 그냥 가라고 하셔서 자리를 뜨고 나서

한참을 후회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지난 제 삶에서의

비겁함을 계속 떠오르게 합니다.


길위에서 반성하고,

제가 상처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없는 용서를 빌어봅니다.





예레반 후로도 산은 계속 되지만

매그리 패싱을 지난 후라 많이 힘들진 않습니다.



중간에 돈을 인출 못해 굶기도 하고..




하지만 아르메니아에서의 마지막 밤은

역시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합니다.



아르메니아 덕분에 전 사람 없는 야산에서의 캠핑에 흠뻑 빠집니다. 



그리고 조지아.

국경을 넘고 그날 바로 수도 트빌리시에 도착합니다.


아르메니아는 소비에트의 흔적이 강합니다.

조지아 역시 그렇지만 아르메니아 보단 훨씬 더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탈린도 조지아 태생.

그와 레닌이 젊은 시절 혁명을 꿈꾸며 신문을 제작 하던 곳도 가 봅니다.

물론 그는 나중에 수많은 과오를 범합니다.

젊은 시절 이곳에서 그가 꾸던 꿈은 과연 무엇일까요?

말년에 그는 과연 행복했을까요?



조지아 역시 아르메니아 처럼

짖궂게 구는 젊은 친구들이 꽤 많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차 안에서

저한테 빈 캔을 던지기도 하고..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지만..

아무래도 나쁜 인상이 더 강하게 남나 봅니다.


그래서인지 자전거 탄 시간보다

버스에 자전거 싣고 다닌 시간이 더 많습니다.


자꾸 생각하게 됩니다.

타인에게 관용과 배려를 베푼다는 것.

그러기 위해선 본인이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는 게 먼저가 아닐까..






조지아 역시 수려한 풍경을 자랑합니다. 

카즈베기.






조지아에서 자전거 타는 날은 여지없이 캠핑.



방콕에서 다 정비하고 왔는데도

또 틈틈이 말썽 부리는 제 자전거.

EST.



조지아에서 자전거를 많이 타지 못한 또다른 이유.

다른 여행자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그래서 같이 있고 싶은 마음에 버스를 여러번 타게 되었죠.




매스티아, 우쉬굴리.



하지만 저는 자전거 방랑자.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다시 자전거에 오릅니다.



다시 국경을 넘고..



터키.



운좋게 흑해의 노을을 보며 잠들 수 있었습니다.



터키는 무척 매력적인 나라지만..

참 넓기도 합니다.

흑해를 따라 가면 금방 이스탄불에 갈 수 있지만..

지중해도 보고, 에게해도 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카파도키아.

다시 좋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원래 동굴에서 혼자 캠핑하려 했으나 친구들과 지내려고

캠핑장에 갑니다.

돈은 나가지만 그래도 마음은 편합니다.




카파도키아의 풍경.



바로 이 사람들.

사흘 내내 저녁마다 맛있는 음식을 함께 즐기고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만남 후엔 이별.

다시 혼자 떠나는 길.

터키에서도 멋진 곳에서의 캠핑을 꿈꿨으나

늘 뜻대로 되지만은 않습니다.

잘 곳 찾는게 참 힘들때도 많습니다.



그래도 양들과 함께 저녁을 먹기도 하고..



아름다운 일출도 봅니다.



서쪽으로 달리다 보니 아침마다 

제 그림자를 쫓아갑니다.



터키도 산이 참 많네요.

하지만 산으로 가면 대신 아름다운 곳에서 잠들수 있습니다.

그런 순간 순간 저는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저는 <행복> 이라는 말을 별로 믿지 않고..

잘 쓰지도 않습니다.

근데 그 말 말고는 이런 때의 기분을 표현할 길이 없네요.


행복이 대체 뭘까?



짐을 잃어버리고 새로 산 것들이

하나 둘씩 문제를 일으킵니다.


패니어가 부러지고..

어쩔 수 없이 산속 공터에서 잡니다.

산 속엔 공기 흐름이 불안정 해서 부분 부분 먹구름이 생기고

천둥 번개가 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필 이날 제 머리위로 그 구름이 왔네요.

집 떠난 이후로 제일 힘들고 서러운 날이었습니다.




어찌 어찌 하룻밤을 잘 넘기고..

계속 길을 가기 위해 버스타고 이스탄불로 갑니다.

새 패니어를 사고..



노을을 봅니다.

짐을 잃어버린 항공사에 대한 분노와..

허둥지둥 하는 저 스스로에 대한 실망..

하지만 노을을 보며 다 날려 보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즐겁습니다.

그래서 계속 가고 싶습니다.




버스타고 다시 안탈리아로 돌아와서..

나름 호화롭게(?) 휴식도 취합니다.



그리고 다시 자전거에 올라 이스탄불로 향합니다.



지도도 잘 보지 않고..

그저 표지판 보고 발길 닿는대로 갑니다.



그러다 알게 되었습니다.

행복이라는 거..

그건 어떤 조건이 아니라는 사실.


목적지를 정하고 시간을 정한 후에 달리는 길은 아무 느낌이 없습니다.

그저 마음을 비우고 가다보면 아주 작은 것들이 저를 행복하게 만듭니다.



사람들은 목표을 정확히 정하고 열심히 달리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이제 제가 생각하는 행복은..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상태를 유지하는 겁니다.



물론 방법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저 저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가진 것도 없지만 부족하지도 않은 하루 하루.


스쳐가는 순간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마음.

행복하다, 라고 말은 못해도..

가끔 행복한 순간은 있습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정답은 없습니다.



열심히 달리고, 저녁에 별 것 없는 재료들로 저녁을 맛있게 먹고..



길 위에서 시원한 물로 씻고..



그런 순간 순간,

너무나 감사하게도 저는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유적지들도 구경합니다.

그 자체도 인상적이지만, 역시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을

상상하는게 제일 재밌습니다.


지금 우리와 무엇이 달랐을까요?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깊은 생각에 빠지기도 하면서..

우린 그렇게 살아갑니다.




터키 사람들은 너무나 친절합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차이를 대접 받고..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시골에서의 인심과 풍경을 즐기면,

또 한편 큰 도시에서의 여유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아주머니가 주신 곪기 직전의 복숭아.

태어나서 맛본 최고의 맛이었습니다.

최고의 순간이 지나면 소멸을 향해 다가갑니다.



아마도,

제 육체는 이제 서서히 세월을 따라 약해질 겁니다.

아무리 운동하고 관리를 해도 자연의 섭리를 이길 순 없습니다.


그래서 전 지금 이 순간, 하루 하루..

사그러들기 전 최고의 순간이라고 생각하려 합니다.

제 몸으로 부딪힐 수 있는 절정의 날들.



에게해를 만난 후론 한층 여유가 생깁니다.



달도 밝고..



가끔 여유도 부리고..



그렇게 원했던 에게해가 보이는 곳에서의 캥핑도 합니다.



전설이 서려있는 비밀의 문으로..

트로이.



그렇게 길을 따라 이스탄불로 왔습니다.



정작 관광은 거의 못했습니다.

잃어버린 짐 문제를 여기서 해결해야 하고,

자전거도 다시 정비하고..

이란에서 임시로 샀던 물건들을 대신해 오래 쓸 수 있는

장비들도 구입합니다.

아, 다음 갈 곳을 위해 황열병 주사도 맞았습니다.


외국인도 무료로 주사를 맞을수 있네요.



터키 역시 지금 상당히 혼란스럽습니다.

제가 입국한 후에 벌어진 시위.

시골에선 거의 느낄 수 없었지만..

그리고 제가 이스탄불 들어오기 얼마전에

강경 진압으로 다 정리가 되었습니다.


지금의 탁심 광장은 그저 번화한 거리네요.

터키는 이슬람 국가이지만,

종교와 정치는 분리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무슬림이 아닌 국민의 숫자도 상당히 많고..


전통의 가치와 새로운 세계는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여러모로 터키에서 우리나라의 모습을 많이 떠올리게 됩니다.




이제 유럽으로 갑니다.

아주 오래전 한번 다녀오기도 했고,

물가도 너무 비싸서 어디로 어떻게 갈지 아직은 잘 모르겠네요.


그냥 발길 가는대로 가면 좋을텐데,

이것 저것 준비하고 계획할게 많습니다.


그래도 다시 길 위에서의 행복한 순간들을 꿈꿉니다.



나중에 제가 죽으면 묘비에 그렇게 남기면 좋겠습니다.


행복했다고 말할 순 없지만,

가끔 행복한 순간들은 분명히 있었다. 

라고..




휘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