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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S.E ASIA

<두둥실, 구름따라 가는 길> 15.방랑자에게 필요한 것. - 끄랏체에서 시엠립 까지


2013. 03. 12. Tue. -시엠립에서..




왜 나는 지금 길 위에서 떠돌고 있는가?

뭘 위해서?




끄랏체에서 캄퐁참 까지 아마도 이틀..

이라 생각했지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새 도착해 버립니다.


달린거리 135Km

일찍도 아니고 아침 먹고 8시쯤 느긋하게 출발했는데

5시쯤 도착.


시간 대비 최대 거리를 달려 버린..

몰랐네요 도착할 때 까지..

사진도 거의 안찍었습니다. 그냥 달리기만 했으니까.



그나마 한장.

여기 구간엔 무슬림인 참족이 많이 삽니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색의 옷을 입고 일하던 청년.



캄퐁참에 휘릭 도착.



숙소 찾다가 어떤 남자가 말을 겁니다.

자기도 자전거 여행자라고..

  

그렇게 만난 독일 친구 스테판.

지금 2년째 자전거로 여행중입니다.


저보다 어리지만 선배 여행자로서 

많은 얘길 해줍니다.

그리고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낍니다.



조금 허무해진 상태였거든요.

뭘 하고 있는건지..

어디로 가야 하는건지..



이틀 동안 이런 저런 얘기 많이 했습니다.

덕분에 앞으로 갈 길에 많은 도움도 되었고..



이 친구가 스테판.

얼굴 사진은 없습니다.

얘기 하느라 따로 시간 찍을 틈이 없었다는..



캄퐁참에선 하루만 있다 바로 가려고 했는데..

스테판 때문에 하루 더 있었습니다.

그래 봐야 여기 대나무로 만든 다리 건너서

섬에 갔다 온게 다고..


앞으로 갈 루트 짜고 정보 구하느라 대부분의

시간은 카페에 죽치고 있었습니다.




캄퐁참의 명물 대나무 다리.

우기 때 물이 불어나면 다 없어집니다.

그리고 건기가 시작되면 새로 만들고..


주민들이 자원해서 그 중에 뽑힌 사람들이 매해 만듭니다.

큰 기쁨이자 영광으로 삼는다고 하네요.

저 위로 자전거 타고 지나는 것도 재밌습니다.

덜컹 덜컹..



스테판의 자전거와 제 EST.

흰색과 검은색이네요.

독일제 자전거고.. 투어링에 필요한 기본 스펙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달린 거리는 60,000 Km. ^^

제 10배가 넘는군요.




많은 대화중에 한가지 기억에 남는 것.

베트남에서 라오스를 지나 캄보디아 까지..

아이들이나 사람들이 인사를 하면 

아무리 멀어도, 아무리 힘들어도 꼭

같이 인사를 하게 된다고 하자..


자기도 그렇다며..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That's what we have to do"


여러가지 의미가 담긴 말입니다.

저 자신을 위해서,

어떤 이유에서든 밝게 인사해 주는 여기 사람들을 위해서,

그리고 다음에 그 길을 지나갈 다른 여행자를 위해서..



그리고 제가 그날 135Km 를 달렸다고 하자 무척 놀라더군요.

자긴 한번도 그렇게 달려 본 적 없다고..

비자나 약속 때문에 급해도 120Km 가 최고고

보통은 80에서 90 Km면 충분하다고..


저도 늘 천천히 가자고 스스로 말하면서,

어느새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달리고 있었구나 생각이 듭니다.

더 빨리, 더 멀리 가려고 자전거를 타고 있는게 아닌데도..










저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스테판.

다음날 새벽 일찍 일어났는지 쪽지 한장만 남기고

먼저 출발했습니다.


조심하라고..

그리고 다른 어딘가의 길에서 다시 만나자고..





저도 시엠립을 향해 출발합니다.




며칠전 세워놓은 자전거가 넘어지며 걸어놨던 썬그라스 파손.

길가 슈퍼에서 1달러에 구입.

디자인은 뭐.. 그냥..



중국,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모두 결혼을 위한 길일이 있나 봅니다.

꼭 결혼식은 하루에 다 몰아서 보는 듯.


그중에 특이하게..

도로 한차선을 파티장으로 만들어 버린 곳. ㅋ




그리고 달리다가 또 한사람을 만납니다.



이분 역시 2년째 자전거 타고 여행중..

한쪽 다리는 의족.


아시안데 아시아 여행자는 보기 힘들다며..

반가워 해주고..


또 한참 얘기 하다가..

엊그제 135 Km 달렸다고 하니까..

이렇게 말했습니다.


"What the fuck!!"


네.. 알고 있습니다.

제가 잘못 했습니다.

다시는 그렇게 안 달릴 거에요.




그리고 또 조심하라고 말해줍니다.

안그래도 스테판에게도 들은 얘긴데..

얼마 전에 캄보디아에서 자전거 여행자 한명이 죽었습니다.


트럭 운전수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이분도 그 얘기를 들으셨다고..


그래도 재밌게 말해주셨습니다.

사고 날 수 있다고..

죽지만 않으면 된다고..


다리 하나나,

팔 하나쯤 없어도,

자전거 타고 다닐 수 있다고..

^^


며칠 새 두명의 동지(?)를 만나서

많은 것을 느낍니다.


제게도 새로운,

큰,

자극이 됩니다.








캄퐁톰 전에 있던 산.

캄보디아에서 가장 성스러운 산이라길래..

입장로 2달러나 내고..

1000개의 계단을 올랐으나..


뭐 위는 그냥 저냥..

불당과 그외 온갖 잡신(?)들의 사당이 잔뜩 모여 있습니다.

와불상도 있는데 뭐 처음 보는 것도 아니고..



대신 높은 산이라 시원하게 아래가 내려다 

보이는 것 만으로 그냥 만족.

캄보디아는 계속 평지만 있어서 오랜만의

산이 반갑기도 했고..



입구에서 만난 친절한 툭툭 기사 총각.

한국 가서 일하고 싶다고..

돈 많이 벌 수 있다고..


저한테 지름길을 알려 줍니다.

비포장이지만..

여긴 분명 내가 자전거 타고 지나는 첫번째

외국인일 거야..

라는 생각에 왠지 묘한 기분.


근데 모르죠, 누가 또 지나갔을지.. ㅋ






야영하려고 했으나..

두 사람으로 부터 들은 얘기들 때문에

새로운 곳들이 가고 싶어지고..


계속 다음 루트 때문에 궁금한게 새로 생기고..

인터넷이 필요 하다는 마음에

또 달려서.. ㅋ

캄퐁톰 도착.




꽤 큰 게스트 하우슨데..

무조건 인터넷만 잘 되면 된다는 생각으로

보지도 않고 제일 싼 3달러 방, 콜!


그리고..



건물 한켠에 동떨어진 창고 같은 곳.

복층에 별채. ㅋ



도로 바로 앞이라 엄청 시끄러운데..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이런 곳에 방을 만든

사장의 창의성과 용기에 박수!





다음날은 드디어 절에서 하룻밤.

그냥 텐트 치고 자면 되는데 빈 방에서 자라고..


근데 너무 더웠어요..

창문 열었더니 모기가..

거의 백군데 가까이 물린듯.

모기에게 능욕당한 밤.

밤새 긁느라 거의 못잤다는.. ㅜㅜ




지금은 시엠립.


사흘권 끊어서 어제 오늘 관광중.

근데 아직 제일 중요한 앙코르와트는 못봤다는..

다른 곳만 봤어요.


거기다 또 불행한 사건이..


그건 일단 나중에 말하고..



시엠립 오는 길에 찍은 사진들.




캄퐁톰 들어가기 전에..

산에 올랐다가 무리하게 달렸더니 갑자기 당이 떨어지며

팔과 다리에 힘이 쭉..


그때 나타난 구세주.

아이크림 빵!!













캄보디아에선

빙수 기계 보이는 가게가 늘 제 쉼터 입니다.

중독 된듯..

사실 기계도 아니고 예전 우리나라서도 많이 봤던,

손으로 얼음 가는 그거..


가는 곳 마다 다 맛이 달라요.

나름의 노하우가 다 있는 듯.

별로인 데도 있지만 어쨌든 얼음이고..

달고..


가격은 보통 쁘람러이. (500리엘)

가끔 뭐이 뽀안 하는데도 있는데.. (1000리엘)

바가진가 싶지만 군말 없이 그냥 먹습니다.

그래봐야 백원 이백원..



어쨌든 그렇게 들어간 슈퍼에서 저를 엄청 좋아해 주던 꼬마 아가씨.


처음으로 타이머 놓고 같이 아이와 사진도 찍어 봅니다.

너무 이뻐요.. 

아이들 모두..






영어가 안통해서 알 순 없지만..

아마 트럭 기사들 파업이거나 일종의 시위인듯.

길을 다 막아 버렸어요.

다른 차들은 다 우회하도록 경찰들이 보내는데..


전 그냥 가라고..

그래서 양쪽 막힌 구간 사이에서 

저혼자 한참 달렸다는.. ^^











슬프게도..

아이폰이 또 죽었습니다. ㅜㅜ

대체 무슨 원수가 졌는지..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잘 되던 아이폰이 갑자기 꺼지더니..


안켜지네요. ㅋ


오늘 여기 핸드폰 수리 한다는 곳에 맡겼는데.

수리 불가 판정!



에휴...

에휴..

에휴!



아무래도 방콕 가서 다시 한번 수리 맡겨 봐야겠습니다.

그래도 안되면..

안되면..


어떡하죠? ㅋ



원래 페리타고 밧땀방 갔다가 태국 넘어가려고 했는데..

그냥 버스 타고 방콕 갈까 생각중입니다.

만약 아이폰 수리 안되면..


아.. 생각하기도 싫지만..

너무 어이없이 자꾸 돈이 깨져서.


그냥 동남아시아는 이정도에서 마무리 하고

다른데 가야 할까봐요.



어쨌든 내일까지 앙코르와트 관광 마치면

그건 따로 글 올리겠습니다.


뭐 거의 그냥 사진 몇장 밖에 없겠지만.. ㅋ




혼자 셀카놀이 하느라 엄청 바빠요 여기서도.. ㅋ

어제 멀쩡하던 아이폰으로 찍은 셀카 ㅜㅜ



아이폰이 아무리 계속 죽어도..

가고 싶은 길에 꼭 여행금지 국가가 껴 있어도..

비자를 받을 수 없어도.


어쨌든 저는 계속 갑니다.

돌아가든, 

정 안되면 비행기 타고 넘어가든..




사서 고생할 나이는 지난 듯 하지만..

찾아온 고생은 마다하지 않고..

작은 일에 짜증내지 않고..

그냥 발 길 가는대로..

구름 따라서..




그게 방랑자로서 지금 저에게 필요한 것.

멈추지 않고 계속 갑니다.



휘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