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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CENTRAL ASIA

<두둥실, 구름따라 가는 길> 20. Vamos, EST ! - 카판에서 예레반까지


2013.05.08


카판. (KAPAN)


낮에 글쓰고..

저녁엔 카우치 서핑 호스트 나타샤를 만납니다.

본인도 여기 온지 얼마 안되서 집에 가진 못하고, 만나서 저녁만 먹었습니다.



이름만 보고 당연히 아르메니아 사람인줄 알았는데..

의외로 뉴질랜드 사람.

일때문에 여기 온지 두달쯤 됐다네요.


아버지는 영국인, 어머니는 중국인.

근데 이름은 나타샤라는.. ㅋ


여튼 덕분에 맛있는 음식 잘 먹고..

나타샤의 친구들도 와서 이런저런 얘기 하고 잘 놀았습니다.

카판에서 딱히 볼건 없어서 즐거운 저녁 식사로 만족..




그리고 다시 출발.

아르메니아는 특이하게 길 옆 뜬금없는 곳에

이렇게 무덤이 있습니다.

사진이 함께 있는 경우도 있고..

그냥 십자가만 있거나,

어쩔 땐 쉬어가라는 뜻인지 묘지 옆에 테이블까지 있는 경우도 있고..




아르메니아는 최초로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들인 나라입니다.

길 곳곳에서 그 흔적을 볼 수 있네요.



끝없이 이어지는 멋진 풍경들.

그리고 셀카놀이. ㅋ

드레드 머리가 점점 지저분해지는 중.

처음엔 엄청 근지럽더니 이젠 견딜만 한데..

막 감았더니 다 풀어지고 있습니다.





한참 끙끙대며 올라가는데..

왠 크레이지 클럽 

호기심은 생겼으나 어차피 대낮이었기에.. ㅋㅋ



점점 야구 시즌의 열기는 뜨거워져 갑니다.

현재 넥센 1위.

기아와 치열하게? 선두 다툼중. 

갑자기 너무 궁금해서 3G로 잠깐 봤습니다. ㅋ

무제한도 아닌데 미친짓..

인줄 알지만.. 그냥 한 1,2분 보고 겁나서 바로 껐다는..


어쨌든 히어로즈 화이팅!

올핸 꼭 가을야구 하자!!



국도변 작은 마을.

소녀들이 저를 보며 무서운건지, 재밌는건지 한참을 깔깔 웃네요.

머리 때문인가.. 



지난번 넘어온 메그리 패싱이 고도 2535.

그땐 제대로 지도 안보고 출발해서 1800 쯤인줄 알았다는..

2535 라는 숫자가 고도일거라고 차마 생각도 못했네요.

어쨌든 그 후론 여전히 오르막의 연속이지만

훨씬 안심이 됩니다.

거기보단 낮으니까.. 라는 마음.. 

역시 힘든건 먼저 하는게 좋은거 같습니다.


반나절 넘게 오른 후에 보이는 기막힌 풍경.

멍하니 한참을 서서 바라봤습니다.

마음속이 가득차는 그런..



내려오기 아까울 정도.

하지만 언젠가 내려가야 하니까..

고생이 많다 EST.



시간이 조금 일렀지만 여기서 캠핑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

내려오다 기막힌 곳을 찾아냅니다.

라면 먹고, 다시 우아하게 차 한잔.



그래도 여전히 하늘은 밝고..

앉아 있으니 그냥 막 좋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안해도..



제대로 못 찍었지만, 캠핑 장소.

저 앞으로 멀리 산위의 마을이 보이고,

아래론 협곡이 보이던..



역시 시간이 남아서 또 셀카.. ㅋ



텐트 문을 열어놓고 한참을 봅니다.

산 너머로 노을이 지네요.


9시가 넘어야 밤이 되고 별이 뜹니다.

또 한참 별 구경 하다가..

누워서 팟캐스트에 담아온 스페인어 강좌를 듣습니다. ㅎ

얼마전 부터 조금씩 공부해 보기로 했어요.

아직 완전 기초적인 것 밖에 모르지만..


이제 이 길에서의 하루하루가 일상이니까..

좀 새로운 걸 하고 싶어서..



처음엔 아침마다 이렇게 말했었죠.

가자 에스트!


얼마전 부턴 아침마다 이렇게 외치고 출발합니다.

Vamos, EST !!


ㅋㅋ



오르막 내리막의 끝없는 연속.

신기한 터널?



다시 묘지.

여전히 누군가 기억하고 찾아와주는..

죽음도 삶의 일부라지만..

잊혀지는 순간이 정말 사라지는 것일듯.

기억하고, 그리워 하고..




고리스. (GORIS)

여기도 타운 자체는 특이한게 없고, 그 주위로 나가면 뭐가 있다는데..

역시 게으른 저는 그냥 시내 구경하고, 필요한 거 사고.. 

숙소는 싸진 않은데 주인 아주머니는 친절합니다.


다만, 호텔 바로 아래 있는 식당은 최악.

바가지 씌우는데 메뉴를 못봤으니 뭐라 따질 수도 없고.. 

(말도 안통하지만.)

여튼 그 사장 아저씨 정말 맘에 안들었습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열받는다는..



고리스 시내.

나름 메인 스트릿.



밥때 맞춰서 식당 찾기가 힘들길래 아예 빵사서 다니기로..

빵집 아주머니 세분.. 제가 산 빵 말고 얇은 빵 (여기도 난이라고 하는진 모르겠지만..)

더 넣어 주셨습니다. ^^



고리스 오는길 국도에도 누가 이렇게 찍어놨던데..

장난인지, 무슨 뜻이 있는진 모르겠네요.

여튼 자전거 타기 참 좋은 나라(?) 아르메니아.. !!



다시 고리스를 출발.

또 묘지.

근데 묘하게 깨져 있네요.



날씨 좋다.

구름도 두둥실..



그냥 들판처럼 보이지만..

사실 여기도 고도 2000미터 근처.

고리스 이후론 쭉 고원지대가 이어집니다.

여기는 그나마 평지처럼 보이지만..

또다시 오르막 내리막..



가는 길 내내 옆으론 설산이 보입니다.

별로 높아 보이지 않아요.

이미 저도 꽤 높은 곳에서 달리던 중이라.. ㅎㅎ




풍경도 좋고,

날씨도 좋고..

저 바위에 앉아서 사온 빵과 치즈, 아침 먹고 남겨온 소세지를 먹습니다.

풍경 보면서 먹으니 딱딱하게 굳은 빵도 꿀맛이었습니다.



다시 출발.

오르막이네.. 



양떼.



고랭지 경작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그러다 또 기막힌 캠핑지 발견.

메뉴는 다시 라면.

그리고 국물에 빵 찍어 먹기.

(라면 두개 끓이려니 가스 소비가 심하더군요.

고도 때문에 산소 농도가 낮은건지.. ㅋ

아님 바람 때문인지..)





여기가 이날의 캠핑장소.

호수가 바로 내려다 보이는..

아르메니아는 곳곳이 그냥 최고의 야영지네요.


여기 텐트칠 곳 찾다가 근처에 다른 여행자의 흔적도 보이더군요.

빵 봉지와 텐트 자리에 눕혀진 풀들..

누구라도 하룻밤 쯤 자고 가기 좋은 곳.



오전 동안 계속 오르막 내리막 하다가

드디어 한참동안 다운힐.

풍경이..

공기가 변합니다.

우리나라 계곡 처럼 곳곳에 식당과 작은 호텔들도 보이고..



평지.



좀 여유가 생겼으니 또 셀카. ㅋ



도로를 점령하고 내려오는 양떼들.




그 중에서 유독 호기심 많던 녀석.

사진 찍는데 한참을 절 보더군요. 



아레니 (ARENI) 라는 마을에서 와이너리가 있길래..

들어가서 견학.

1000드람에 맘껏 시음도 하고..

(그러나 전 자전거 타고 가야해서 조금만 마셨습니다. ㅋ)



벽에 싸인 하라 그래서.. ㅋ


여기서 맛본 와인은..

뭐라고 쉽게 표현하기 힘드네요.

잘 모르지만..

화이트는 한종류만 있었는데, 나쁘지 않은 정도로 달았고..

레드는..

음.. 그간 알고 있던 와인과 전혀 다른 세계의 맛..

나쁜지 좋은지 판단이 안되더군요.

그래도 드라이한 종류라고 준 건 그런대로 제 입맛에 맞았습니다.


와이너리에서 파는건 비싸니까..

그 앞에서 동네 주민들이 파는 홈메이드 와인 한페트 (ㅋㅋ) 샀습니다.

캠핑할 때 마시려고..



근데 날씨가 너무 흐리네요.

비도 조금씩 오락가락..

고민하다 물어보니 근처에 민박이 있다고 해서..


값은 싸지 않은데.. (6000드람)

대신 기가 막힌 저녁을 먹었습니다.

100% 홈메이드.

집 뒷편 텃밭에서 직접 기른 채소들, 아주머니가 직접 구운 빵.

토마토 쥬스에 요거트 까지..


돈이 아깝지 않은 저녁이었습니다.



다음날 출발하면서..

아주머니는 불어를 하시네요.

전 불어 못하는데 외국인이라 그런지 계속 불어 하시더라는..


그나마 몇개 아는 단어들로 나름 대화도 했습니다만..

음.. 불어도 공부해야 하려나.

헤어질 때 전 아주! (아르메니아 어로 굿바이. 하주와 아주 중간 발음쯤 되는데..ㅋ)

아주머니는 Bon Voyage!

(불어로 하는 이 인사가 전 참 좋습니다.

뭔가 멋있다는..)



참 숙소가 있는곳은 CHIVA 라는 마을입니다.

이름은 Noravank B&B인데..

노라방크는 좀 더 떨어진 다른 곳입니다.

간판은 따로 없으니 동네에서 물어보셔야.. ㅎ




좀 편하게 갈까 싶었는데 또 오르막 ㅜㅜ



한참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드디어 평지.

갑자기 딴 나라 온듯한 기분입니다.


참, 내려오는 길에 큰 사고 날뻔 했습니다.

한참동안 다운힐인데

길이 울퉁 불퉁 해요..

나름 조심해서 내려오는데,

갑자기 패니어가 떨어져 버렸다는..


자이언트 패니어.. ㅜㅜ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더니

후크가 좀 부실해요.


떨어져서 바퀴에 깔렸거나 뒤에 차오고 있었으면

정말 큰 사고 날뻔..

아무래도 최대한 빨리 패니어 바꿔야 할듯.


자여사 공구 패니어 참 좋았는데,

어쩔 수 없이 비싼 오르트립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네요.

그나마도 빨리 살 수있음 좋은데

그걸 팔만한 곳까지 가려면 또 얼마나 걸릴지.. ㅋ



어쨌든 평지로 내려와서 간만에 신나게 라이딩.

예레반 까지 가자니 시간이 좀 애매하고..

날은 흐리고, 비는 흩뿌리고..


그러나 가는길 옆으로 계속 보이는 아라라트 산의 멋진 풍경.

노아의 방주가 물이 빠진후 내렸다는 전설의 그곳.

코르 비랍 (Khor Virap) 쪽으로 갈까 했는데 날씨 때문에 포기.


바로 예레반 까지 가자!

라고 맘먹었으나 몸이 너무 힘들어 하더라는.. ㅋ



평지가 이어지니 마을이 끊이지 않고 계속 나옵니다.

마땅히 캠핑할 곳은 없고..

사실 풍경 좋은데서라면 얼마든지 좋지만,

그냥 잠만 자려는 캠핑은 영 하기 싫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마을과 마을 사이 폐공장 발견.


그 뒤편에 마지못해 잠자리 마련합니다.

근데 텐트 치고 나니 폐공장에 사람이 드나들더라는..

안에 무서운 개도 있고..

혹시 갱단의 아지트?


근데 이미 텐트 친 후인데다 사각지대라 저만 조용히 하면 모를것 같아서..

귀차니즘에 그냥 잤습니다.


예보에는 비온다고 했지만 하늘을 보니 그닥 많이 올것 같진 않고..

혹시 사람 눈에 띄면 어쩌지.. 비오면 어쩌나..

걱정속에 누웠습니다만,

피곤해서 곤히 푹 잤다는.. ㅋ


아침에 빗소리에 눈 떴네요.

텐트가 그닥 하드한 상황에 맞는 게 아니라..

부랴부랴 일어나서 짐쌌습니다.

(이너텐트 천정이 매쉬라.. 비 많이 오면 불안해요.

그 전엔 흐리면 들고 다니던 우의와 자전거 커버를 덮어서 괜찮았는데

짐 실종 이후 다 없어져서.. ㅜㅜ)



아침에 얼마 안남은 거리를 달려 예레반 (Yerevan)으로..

근데 자전거에서 계속 이상한 소리 나서 그거 붙잡고 씨름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덕분에 출근하는 차량과 등교하는 아이들 사이를 뚫고..

재밌긴 한데 비때문에 좀 빡셌습니다.


그래도 등교하는 아이들 보는건 늘 재밌습니다. ^^





예레반에선 나름 유명한 리다 할머니네 집에 숙소를 잡고..

(지난번 이란에서 만난 중국인 리우도 여기 머물고 있군요.)


오늘 부탄가스 구하러 나왔는데 결국 못찾았다는..

한참을 비맞고 다녔는데 결국 실패.

가게마다 쇠통에 든 크고 무거운 것만 파네요.

가스 얼마 안남았는데..

트리비시 까지 갈 수 있을지.. 음..




근데 예보 보니 한 일주일 계속 비소식이네요.

어째야 하나..

자전거 타는 건 괜찮은데 캠핑하기가 힘들어서.. ㅜㅜ

일단 상황봐서 움직여야 할 듯 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란에서 출발한 후로 거의 열흘을 안쉬고 달렸네요.

근데 다 산이라 이동 거리는 얼마 안되고.. ㅋ




지금 공화국 광장 근처 카페서 이거 쓰고 있습니다.

가는  나라마다 큰 도시에서 된장남 놀이 하는 거 재밌어요. ㅋ




이제 어딘가로 간다는 설레임이나 흥분보다는..

좀 더 차분하게 모든걸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쁘지 않은 일상.

늘 반복되는 하루지만 또 늘 새로운..



한국은 이제 밤이 되어 가겠군요.

짧은 스페인어로 인사 한마디.


Buenas Noches!!




휘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