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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CENTRAL ASIA

(두둥실, 구름따라 가는 길> 18. 등가교환의 법칙 - 방콕에서 테헤란 까지.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글 올립니다.

지금은 이란과 아르메니아 국경 근처의 졸파라는 곳입니다.

그간 밀린 이야기가 많은데 한꺼번에 다 쓰자니 너무 길거 같아..

우선 중간까지의 이야기 입니다.



우선 방콕에선 이미 글 올린대로 멍하게 에너지 비축을 핑계로 

잘 쉬고 놀았습니다.

불행히도, 전혀 이유를 알수 없이, 인도 비자가 거부된 탓에 급하게 일정을 

조정하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왜 거부되었는지는 미스테리..)



그래서 목적지를 이란으로 변경하고 비행기 예약.

좀 더 빨리 방콕을 떠날 수도 있었지만..

어쨌든 태국 최대 축제 기간인 쏭크란이라서, 이왕 늦어진거 좀 놀다 가기로 했습니다.

한국에서 선배 형들도 쏭크란 때문에 태국 오셨기에 같이 놀고..

또 숙소에서 만난 친구들과도 재밌게 지냈습니다.


(쏭크란은 하루가 아니라 며칠간 이어집니다. 이번에도 4일간이었네요.)


근데 이틀 까지는 재밌어도 너무 길어지니 지치더라는.. ㅋ




거의 2주 정도 숙소에 머물며 특별히 하는일 없이 뒹굴거리다 보니..

살도 다시 좀 붙었고..

무엇보다 여기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하는 일 없이 있었는데 왠일인지 시간도 훌쩍 지나가고,

오랜만에 잡담도 실컷 했습니다.


Where is chai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모든 분들이

각자 나름의 이유로,

나름의 방법으로,

여행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많은 얘기도 나누고 이런 저런 추억도 많이 생겼습니다.


지나고 보니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차이 사장님과 다른 분들 모두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쏭크란이 끝나자마자 이란을 향해 출발!

택시를 잡고 숙소를 떠날 때 함께 있던 게스트분들이 모두 나와서

배웅해 주셨습니다.

마음이 짠했는데..

짧게 인사하고 바로 차에 올랐습니다.

더 길게 인사하면 왠지 떠나기 싫을 거 같아서..





자, 이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방콕에서 오버된 짐무게 만큼 돈까지 더 지불하고 비행기 탑승.

자전거 박스 하나, 나머지 패니어와 그 안에 짐들을 모은 박스 하나.


출발부터 조금 꼬입니다.

방콕에서 출발이 늦어지더니.. 결국 도하에서 갈아탈 비행기를 놓칩니다.

경유대기 시간이 1시간 반밖에 안됬는데 도착하니 이미 출발 시간.


카타르 항공에서 호텔을 제공했습니다.

거기까진 좋았습니다만..


어쨌든 고급 호텔. 조식, 중식 제공.



하루 자고 드디어 테헤란으로..



셔틀버스에 무작정 일찍 태우는 바람에 한참을 공항에서 대기..


그리고 밤늦게 테헤란 도착..

그런데..


도착 비자를 받으려 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도착 비자를 위해서 숙소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야 하는데,

전 웜샤워 호스트와 미리 연락을 해서 거기 머물기로 했고..

호스트가 자기 주소를 알려주면 안된다고 해서 전 인터넷으로 검색한

호텔 이름을 적었습니다.


근데 그 밤에 진짜 전화해 볼 줄이야.

예약 안되어 있다고 뭐라뭐라 트집 잡기 시작하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리 준비해 놨던 거짓말 시나리오를 차분히 설명하고..

(다행히 비행기 연착으로 도착시간이 변경된게 핑계거리가 될 수 있었다는..)


그래도 뭐가 불만인지 한참을 기다리게 하더니..

어쨌든 결국 도장을 받았습니다.


첫번째 고비 통과.


그리고 짐을 찾으러 내려가니..

덜렁 자전거 박스만 있네요.

다른 박스는?

일하는 사람은 고개만 갸웃.

이미 다른 사람 짐들은 다 가져갔으니 벨트엔 남은 것도 없고

더 찾아보고 말고 할 것도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분실 신고 하고..

금방 찾을테니 걱정 말라는 말을 듣고 또 어찌 어찌 힘들게 택시 타고 호스트 집 도착.



호스트인 Bijan 집 옥상. 테헤란에선 어디서든 저 산을 볼 수 있습니다.

짐 때문에 속 썩을 때마다 저기 올라가서 멍하니 산을 바라 봤습니다. ㅜㅜ



Bijan은 지금까지 수많은 자전거 여행자들을 호스트 했고..

제 잃어버린 짐과 여러가지 관련해서 긴 시간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늘 절 위한게 아니고 우주를 위한거라며 애써 고맙다는 말을 받아주지 않는 차도남. ㅋ

거기다 본인이 자전거 여행자이면서 또한 채식주의자.

여기 머무는 내내 저도 함께 채식만 했습니다.

^^


 


Bijan 은 위층에서 동생과 함께 살고 아래층 여기는 통으로 비워져 있습니다.

전혀 눈치 볼 필요 없이 혼자서 다 썼다는..

저기 있는건 그의 투어링 자전거와 산악 자전거.


 

어쨌든 짐은..

구질구질 길게 얘기 하자면 끝도 없고.

결국 짐은 여태 못찾았습니다.

연락도 먼저 안해주고, 제가 연락하면 책임자 없다, 내일 전화해라의 반복.

ㅜㅜ


결국 5일이 훌쩍 지나고 참다 못해 카타르 항공 사무실 까지 직접 택시타고 찾아갔습니다.



그 와중에도 저 산은 여전히 아름답네요.



할아버지 기사님과 셀카. ㅋ





정말 단단히 마음먹고 사무실 가자마자 분노를 폭발할 준비를 하고..

갔으나..

근데 참..

담당자가 너무 미녀더라는.. ㅋ


웃으며 미안하다고 하는데 차마 화를 못내겠더군요..

아 간사한 남자의 마음이라니..

어쨌든 내가 자전거로 여행중이고,

비자 날짜가 다 되어가고..

현금을 출금 못하니 어쩌고 저쩌고..


그렇다고 변한건 없습니다만..

어쨌든 그날밤에 잃어버린 물건들 일일이 다 적어서

리스트 보냈습니다.

대충 잡아도 백만원 넘는데..

ㅜㅜ


그놈의 짐 때문에 관광도 거의 못했습니다.

매일 연락 기다리고,

어느 시점 이후론 새 출발을 위해 물건들 구하러 다녔기에..



그래도 짬에 유일하게 들린 테헤란 바자.




바자 들렀다가 근처 골레스탕 궁전 가려는데,

어떤 젊은 친구가 오더니 제 머리에 관심을 보이네요.

자기도 하고 싶은데 이란에선 못한다며..


카페를 하고 있다고 해서 따라가기로 했습니다.

근데 그 친구 카페는 생각보다 멀어서 못가고, 대신 멀지 않은 곳에 자기가 잘 아는 곳이 있다고 해서..

궁금한 마음에 궁전을 포기하고 갔습니다.



일종의 합승 승합 택시. 인원이 다 차면 출발합니다.

대충 행선지 비슷하면 가다 내려주고 그런 시스템.

가격은 제가 안내서 잘 모르지만 어쨌든 엄청 싸다는 거.

(현지인 기준.. ㅋ)



테헤란도 교통체증이 엄청나더군요.

거기다 매연..

차들이 다 낡아서 인지 그냥 매연이 아니라 코와 목을 찌르는 듯한.. 

저번에 하노이에서 느낀 거랑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ㅋ






카페서 만난 친구들.

건축 설계, 뮤지션, 작가.

뭐랄까 제가 서울 집앞에 늘 다니던 이리카페 같은 분위기랄까..


꽤 길게 얘기하고 놀았는데..

역시나 정부에 불만이 많았고.. 또 한편 그 많은 규제의 틈사이로 할건 다 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도 다 쓰고, 밤엔 술도 마시고..

여기선 모두 불법이지만, 하려고 마음먹으면 다 할수 있는.. 음..

 




어쨌든 무작정 손빨고 기다릴 수도 없고..

아무래도 짐은 못찾을 거 같고 해서..

가지고 있던 돈으로 급하게 필요한 것들만 다시 샀습니다.


짐이 확 줄었네요.

여긴 물가가 싸지만 최근에 화폐가치가 폭락해서..

좀 쓸만한 수입품은 너무 비쌉니다.

거기다가 외국인이 현금을 뽑을수 있는 ATM도 없고.

결국 가진 돈 안에서 어떻게든 해결을 봐야하는 상황.


어쩔 수 없이 싼물건들로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단 이걸로 갈 수 있는데 까지 가보고..

나중에 터키나 독일에서 다시 사야할 듯..

ㅜㅜ



짐때문에 계속 속 썩으면서 생각이 많았습니다.

인도 비자 거부된 것도 엄청 속상하고 짜증났는데..

이란에 오자마자 또 이런일이..


남들은 평생 한번 겪을까 말까 하는 일을 2연타로 당하고 나니

정신이 없었습니다.


누구한테 화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저는 계속 속이 타 들어가고..


방콕에서 너무 잘 쉬고 좋은 사람들 만나고 해서..

제가 너무 편해져 있었나 봅니다.

그간 살아오면서 제가 믿게 된 것 하나는..

하나를 얻어면 하나를 잃는다.

하나를 잃으면 또 하나를 얻는다.

등가교환.


완벽하게 좋고,

완전하게 나쁜건 이 세상에 없으니까요.


어쨌든 벌어진 일이고 제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길을 가겠다는 제 마음은 변함이 없으니,

저로선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일주일 넘는 시간을 거의 비잔의 집에서 보내고..

원래 계획했던 이스파한도 날아갔고,

다시 스케줄을 조정해 가며 가려 했던 라슈트도, 마슈레도 다 날아갔습니다.

날짜는 어찌 조절하거나 비자를 연장할 수 있겠지만..

현금을 찾을 수 없으니 다른 방법이 없네요.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타고 타브리즈로 가서 며칠 안에 아르메니아로 가기로 했습니다.

떠나는 날 저녁에 마지막으로 올라가서 담배피며 한장.

저로선 테헤란 최고의 관광지 였네요.



늦은 시간 10Km  넘는 거리의 버스 터미널까지 같이 자전거로 달려준.

정말 고마운 친구 Bijan.



이번엔 거의 푸념만 늘어놓았군요.

근데 보셔서 알겠지만 달리 적을게 없습니다. ㅜㅜ


이란에선 결국 아무것도 못했지만..

관광도 자전거로 달리는 것도..

그래도 벌어진 일들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믿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다시한번 이란에 와서 제대로 구경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싶네요.



상황이 허락한다면 최대한 빨리 다음 글을 올려보겠습니다.



휘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