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길위에서 인사드립니다.
거의 두달 반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머물며 일하고 스페인어 배우고..
맛있는거 먹고 멍때리고..
드디어 일하기로 한 날이 다 끝나고..
떠나기전 다른 매니저들과 뿌에르또 마데로 가서 또 핫도그 먹고 맥주 한잔 하고..
순서대로 쪼매, 문매, 섭매, 쓸매..
이름 한자 따와서 짧게 서로 그렇게 부릅니다. 그래서 전 두매. ㅋ
제가 갈 루트와는 반대.
하지만 남미 까지 왔으니 왠지 이과수 (Iguazu) 정도는
봐줘야 할 듯한 의무감에 구경다녀 왔습니다.
버스 타고 18시간. 하루 구경하고 바로 다시 버스타고 18시간 걸려 부에노스 아이레스 복귀. ㅋ
근데 물 색깔이.. 탁하네요. ㅋ
저랑 일끝나는 날이 비슷해서 함께 다녀와 쓸매.
그간 이런저런 폭포 많이 봤지만..
확실히 엄청난 크기가 주는 느낌은 색다른듯..
전망대 가서 물도 맞아주고..
폭포 바로 밑에서 흠뻑 젖은채 한컷.
또 한컷. 왠지 자꾸 이런 포즈를 취하게 되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돌아와서 잠깐 쉬고..
드디어 제대로 출발.
버스보다 비행기가 오히려 싸게 먹히길래..
다시 자전거 포장하는건 귀찮지만 어쩔수 없이.
자 깔라빠떼로.. (El Calafate)
깔라빠떼 후지민박에 남미사랑에서 함께 일했던 채매가 다시 매니저로 일하는 중.
덕분에 편하게 잘 지내고..
깔라빠떼의 명물 모레노 빙하.
긴 트레킹은 사양하고 대신 그냥 전망대 가서 유유자적 구경.
전에 뉴질랜드에서도 빙하 트래킹 했었고..
큰 감흥은 없지만 앉아서 시시각각 변하는 색깔과 떨어지는 빙하조각 보는 건 재밌었습니다.
찍진 못했지만 왕건이 하나 떨어지는 것도 봤고..
깔라빠떼에서 얼마간 떠날 준비..
그리고 드디어 출발.
Vamos!
초반엔.. 좋았습니다.
오랜만에 떠나는 길. 기분도 좋고..
근데 깔라빠떼 나와서 얼마를 달린후에 드디어 만난 루트 40 (Ruta 40)
사실 여기 바람이 많이 분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냥 얼마나 센지 한번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바보짓이었다는..
그냥 어떻게든 버스 타고 갔어야 했는데..
그냥 센 정도가 아니라.. 자전거 타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
아주 잠시 자전거 타다가 포기하고 또 한참을 끌고..
그래 굳이 이런 표시 없어도 충분히 알겠어.
저멀리 설산도 보이지만..
일단 기본적으로 바람이 세고, 가끔 돌풍이 불면 자전거 붙들고 서있기도 힘듭니다.
후회 막심.
그래도 운좋게 일단 캠핑할 곳 발견.
여기가 출발한 후로 처음 만난 나무가 있는 곳.
10시가 되서야 노을이 지고..
밥먹고 차한잔 마시고..
다음날 다시 출발.
아 근데 너무 힘들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동영상도 찍었는데 그건 다음기회에..
바람과 싸우는 와중에 증거를 남기기 위해 한컷.
계속해서 나타나는 바람 표지판.
그래 알겠어요.
거기다 다니는 차도 잘 없고..
앞으로 봐도 허허벌판.
뒤로 봐도 허허 벌판.
죽어라 달려도 한시간에 5km를 채 갈수 없었습니다.
목표인 엘 찰텐까지 아직 106Km
이틀 반이면 갈거라 생각했으나 큰 오산이었다는..
중간에 쉴 곳도 없고..
가끔 나오는 가드레일 구석에 쪼그려 앉는게 최선의 휴식.
가다가 동물 시체도 보이고..
저녁쯤 다시 체력 방전.
그냥 달리는것보다 몇배는 더 힘드네요.
텐트 칠곳도 없어서 겨우 찾아낸 곳.
그래도 저녁엔 차 한잔으로 마무리.
있어보니 오전엔 그나마 바람이 덜하길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오전에 최대한 많이 달려야지.
아침에 다시 출발 했으나..
밤새 흐리더니 날씨가 오락가락.
돌풍은 안불어도 꾸준히 부는 강한 맞바람.
아 무지개다!
지루하게 달리고 또 달리고..
한참 달리다 뒤돌아본 길.
맞바람 맞으면서 오르락 내리락 왔는데 이미 몸에 힘은 다 빠지고..
지난밤에 날씨 살피느라 제대로 못잔 탓인지..
정신도 몽롱하고 다리에 힘은 안들어가고, 결국 포기.
엘 찰텐 60Km 를 남겨두고 히치하이킹 시도.
다니는 차도 많이 없는데..
그래서 극적인 연출을 위해 앞 바퀴 빼고 최대한 불쌍하게..
한참만에 마음 착한 아저씨가 저를 구해줬습니다.
휴가 온 아르헨티나 가족.
세 딸과 함께 뒷자리에 껴서 엘찰텐으로 갑니다.
엘찰텐 들어온 후로 날씨가 드 흐려지더니 엄청난 비바람까지..
히치하이킹 하길 정말 잘 했다는.. ㅜㅜ
엘 찰텐. ( El Chalten)
저기 너머에 보이는 피츠 로이.
그 주변 트레킹이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지만..
전 트레킹은 포기.
거기다 다시 청천벽력같은 소리.
여기서 두번의 배를 타고 산길을 지나 칠레 국경을 넘으려 했으나..
배가 없다는 군요.
응?
저번주에 분명히 있는거 확인했는데?
근데 두 호수의 배가 모두 운행중지라고..
그럼 언제?
아무도 몰라요.
나 아르헨티나 페소 얼마 안남았는데?
거기다 체류 일자도 거의 끝나가고..
언제 배가 다닐지 아무도 몰라요. ㅜㅜ
나 뭐하려고 그 고생하며 자전거 타고 엘찰텐까지 온거지.. 아..
결국 계획을 바꿔 다른 국경마을로 가기로..
루따 40 에서 자전거 타는건 절대 못하겠고, 그래서 버스표 끊고 보니..
응? 숙소비 낼 돈이 없네. ㅋㅋ
정말 다행으로 숙소에 한국 여자분이 한명 있었어요.
나중에 은행 계좌로 넣어 준다고 했으나 쿨하게 그냥 제 방값까지 내 줬다는..
한국 가면 꼭 짜장면 한그릇이라도 대접할게요. 땡큐 지선씨!!
그래서 다시 12시간 버스를 달려 로스 안티구오스 도착.
(Los Antiguos)
하룻밤 자고..
자 다시 가자. 드디어 아르헨티나 안녕!
반갑다 칠레 !!
여기 검문소에서 다시 시간 지체.
전에도 겪었던 일이지만 여권에 Republic of Korea 라고 적혀있으니..
남한이냐 북한이냐..
빨리 국격을 드높여 우리나라의 원래 이름 정도는 사람들이 다 알게 되기를..
여권에 South Korea 라고 안적혀 있으니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한다는..
그냥 인터넷 확인해 보면 될걸 한참을 자기들 끼리 회의 끝에 겨우 통과.
그리고 칠레 첫마을 칠레 치코. (Chile Chico)
작은 마을이지만 까레떼라 아우스떼랄의 관문중 하나라 있을건 다 있습니다.
다시 먹을거 좀 사서 정비하고..
출발!
마을 벗어나자 마자 오르막에 비포장. ㅋ
어쨌든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바로 그길. Routa 7. 혹은 Carretera Austral.
(근데 사실 이 길은 다른 길. 루따 7까지 이어지는 다른 국도입니다.)
여기서 다시 엄청난 실수를..
여기서 루따7으로 이어지는 배도 있는데 물어보니 그건 다음날 아침이라 그러고,
빨리 자전거 타고 가고 싶은 마음에 호수를 끼고 돌아서 가기로 합니다.
근데 배가 괜히 있는게 아니었다는..
비극의 시작입니다.
일단 기분좋게 출발 했는데..
죄다 비포장에 흙길.
그정도는 각오 했으니 괜찮다며..
거기다 구비구비 언덕을 넘얼때 마다 경치가 기가 막힙니다.
바람도 루따40에 비하면 견딜만 하고..
속도는 안나지만 그래도 기분좋게 달립니다.
멋있다!
근데 점점 힘들어지더니..
이거 장난인가?
무슨 낭떠러지도 아닌데 경사가.. ㅋ
그래도 아직은 즐겁게..
경치 감상하며..
멋있으니까!
나혼자 오롯이 이 풍경을 즐기며..
양들도 안녕?
근데 길이 엄청 힘듭니다.
경사도가 너무 높고..
흙과 자갈길이라 자전거는 자꾸 밀리고..
몇번 휘청 휘청 하고,
결국 두어번 뒹굴기도 했습니다.
안그래도 상태 안좋던 아이폰.
자전거 넘어지면서 바닥에 구르더니..
결국 완전 사망.
그간 수고했다.
당분간 카톡은 못하겠네요.
(어차피 잘 오지도 않지만.. ㅋㅋ)
그러다 8시쯤 좋은곳이 있길래 캠핑.
저녁 메뉴는 볼로네즈 스파게티. 흠흠.
텐트 뒤로 설산도 보이고.. 좋네!
하루 자고 또 달립니다.
그러다 다시 뭔가 삐걱대기 시작하는데..
펑크!
패치 다 하고 작업 끝냈는데..
또 바람이 세네..
자세히 보니 바람 빠진채 너무 오래 달렸는지 공기 주입구가 꺾여서 살짝 찢어졌더라는.. ㅜㅜ
거긴 패치도 안되니 어쩔수 없이 새 튜브로 교체.
저건 제가 버린게 아니라 가는 중에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날아간겁니다.
허허 벌판에서 바람과 싸우며 튜브 가려니 시간도 엄청 걸리고 난감하고..
한 프랑스 부부가 캠핑카 타고 지나가다 도와줄까 했는데..
그때 물만 얻고 말것이 아니라 루따7 까지 태워달라고 했었어야 했습니다.
보기엔 평화로워 보이지만.
이 평지 길 이후로..
앞으로 18Km 동안 커브가 심한 길이라는 표지판이 떡하니..
그냥 커브가 아니라 엄청난 경사의 언덕을 호수 옆으로 계속 오르락 내리락..
인적이 없는 곳이라 음식이랑 물 잔뜩 실어서 역대 가장 무거운 자전거.
거기다 길은 온통 흙과 자갈.
이 지역으로 들어서자 다시 루따40 에서 만났던 그 친숙한(?) 바람까지..
언덕 하나 오르는데 30분 넘게 걸립니다.
끌고 가는데 발도 미끌어지고 자전거도 미끌어지니 몇배나 더 힘들고..
그렇게 언덕 한 서너개 넘었나..
완전 체력 방전.
의욕 상실.
어째야 하나..
고작 한 2Km 온것 같은데..
내가 왜 이리 왔을까..
앉아서 멍하니 있는데,
다행히 지나가던 차가 저를 구해줍니다.
미국인인데 가족들과 여기서 펜션과 관광업을 한다고..
그렇습니다.
그 친구 말로는, 짐 이렇게 실은채 자전거로 여기 지나간 사람은 못봤다고..
ㅜㅜ
물론 그 친구가 늘 이 길을 감시하는 건 아니니까 확실하진 않지만..
한가진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절대로.
절대로!!
짐 이렇게 들고 이 길로 자전거 탈 생각 하지 마시길!
칠레 치코에서 배 있습니다.
차 타고 오는데도 아찔했던 그 구간이 끝나고 작은 마을에 내려줬습니다.
여기서 아이스크림에 콜라에.. 잔뜩 먹고.
그래도 갈거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출발!
일단 바람이 많이 줄어서 탈만합니다.
상당 거리 평지.
이날의 메인 이벤트.
실제론 이미 10,000 Km 넘은진 꽤 됐지만..
그래도 기념으로..
근데 문제는 제 싸구려 속도계가..
만키로 이상은 표시해 주지 않습니다. ㅋ
그냥 EST 랑 색깔 디자인이 잘 어울려서 샀는데..
아..
제 추측으론 지금까지 최소 12,000 Km 는 달린거 같은데..
이제 그딴건 그저 제 맘속에.
다시 0부터 출발합니다.
주로 평지지만 가끔씩 나오는 언덕은 여전히 기겁할 경사도.
언덕 하나 넘고 나면 온 몸이 아프고 쓰러질것 같습니다.
좋은 곳에서 캠핑하고 싶었지만 체력은 이미 떨어졌고..
겨우 도로변 구석진 곳에 잠자리 마련합니다.
조금만 더 가자.
그래도 가는길 마다 아름다운 경치에 계속 감탄하게 됩니다.
아침부터 다시 오르막.
또 한참을 끌고 헉헉 거리며 오릅니다.
자 드디어 만난 루따7.
까레떼라 아우스트랄. Carretera Austral !!
Coyhaique까지 나흘정도에 가겠다는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 소리였는지 !!
아직도 276 Km 가 더 남았군요.
하지만 굳이 이길로 돌아온 이유중 다른 하나.
바로 저 마을 Pto. Tranquilo.
조용한 항구 마을. 해석하면 그정도 되겠네요.
마을이름을 어찌 그리 지었을까..
아무것도 없어도 그냥 꼭 가고 싶었습니다.
루따7 들어오니 훨씬 사정이 좋습니다.
거의 비포장인건 마찬가진데..
대신 언덕이 나와도 경사도가 그리 심하지 않습니다.
포장길 보단 힘들지만 지금껏 지나온 길에 비하면 훨씬 더 달릴만 합니다.
사진으로 보면 다 비슷비슷하지만..
한장 한장이 다 힘들게 자전거 타면서 찍은거라..
그냥 자기 만족으로 다 올립니다. ㅋ
오후 들어 다시 날씨가 오락가락.
비도 조금씩 오고..
바람까지 부니 자전거 타도 춥습니다.
확실히 여긴 자전거 여행자들이 많네요.
반대편에서 오는 팀을 여럿 만났습니다.
그 중에 노익장을 자랑하던 프랑스 노부부의 뒷모습.
그래도 여긴 천국이다!
저 노란꽃이 길옆으로 계속 펴 있는데 향기도 너무 좋고..
좋은 풍경을 보며 점심 먹고..
또 꽃향기와 함께..
그러나 지난 일주일간이 엄청 힘들었나 봅니다.
얼굴이 그냥 아주.. ㅜㅜ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Puerto Tranqiolo.
캠핑할까 하다가..
몸 상태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좀 제대로 쉬어야 할 것 같아서 제일 싼 호스텔 찾아 왔습니다.
어젯밤 체력 보충을 위해..
저걸 혼자 다 꾸역꾸역 먹었다는..
오는 내내 먹을거 생각밖에 안났습니다. ㅋ
영양분을 최대한 고려한 식단. ㅋ
역시나 이 마을에 대단한건 없습니다.
여기서도 빙하 트레킹이나 이런 저런 관광거리가 있긴 한데..
일단 쉬는게 먼저라..
아침에 일어났는데 몸이 영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게 느껴져서..
하루 더 쉽니다.
군대시절 혹한기 훈련 다녀와서 자고 일어났을 때의 그런 기분.
아..
이번에 온 길.
저 265번 국도가 문제의 그..
혹시 저 같은 분이 있을까봐..
칠레 치코에서 하이시즌엔 매일 아침 8시에 배 있습니다.
Rio Ibanez 로 가는.. 많이 비싸지도 않습니다.
꼭!
꼭!!
배 타세요!!
(근데 그냥 여행하시는 분은 버스 타고 이 도로 달려 보시는 것도 좋을듯 합니다.
경치는 정말 좋습니다. 물론 버스도 승차감이 결코 좋진 않겠지만.. )
까레떼라 아우스테랄 이제 겨우 초입입니다.
계산해보니 열심히 달려도 하루 맥시멈 60Km 도 못가겠네요.
다음 목적지 꼬아이께 까지 약 220.
나흘 아니면 닷새.. 음..
어쨋든 최악은 지나왔다고 생각하고..
다시 즐기면서 가볼 생각입니다.
그간 너무 오래 쉬어서 몸도 마음도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너무 안좋은 길로 왔네요.
그래도 갑니다. 가다보면 다시 적응되겠죠 뭐.
ESTAS LISTO?
CLARO SI, ESTOY LISTO, VAMOS !!
휘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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