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원 제목의 뉘앙스는 모르겠으나..
딱히 영화와 이 한국 제목이 그닥 어울리는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참 인상깊은 영화 제목 중의 하나.
어쨌든 본론으로..
보스니아 모스타르.
이 다리를 기준으로 이슬람 마을과 카톨릭 마을로 나뉩니다.
그리고 내전때 비극이 일어났고..
저 다리도 파괴되었다가 다시 만들었다고 하네요.
지금은 그저 평화롭게만 보입니다.
.
확실한건 아닌데..
왠지 총알 자국인거 같아서..
곳곳에 저런 자국이 아직 남아 있네요.
모스타르에서 사흘을 머물렀습니다.
이유는..
날씨가 너무 덥고,
결정적으로 방값이 그나마 싸서입니다.
10유로에 싱글룸.
10유로가 결코 싼 금액은 아니지만,
다른 유럽 국가에선 꿈도 못 꿀 금액입니다.
출발하기 전날 날씨 봤더니..
41도.
응?
41도!
마냥 있을순 없으니 출발.
올라와 보니 분지네요.
제 고향 대구처럼..
보스니아를 벗어나..
다시 크로아티아로.
달리다 보니..
응?
보면서도 믿을수 없던 표지판.
경사도 15%
처음 보는 황당한 숫자.
더워 죽겠는데 바람도 안 불고..
끌고 올라가는데 아주 그냥..
달리다가 어느 마을 외곽에서 본 십자가.
다시 바닷가를 따라..
근데 경치 좋은곳은 잠잘 곳 찾기가 힘들어요.
겨우 도로 옆 낭떠러지 비슷한 곳에서..
경사가 심해서 자는데 계속 미끄러지더라는..
언젠가 부터 계속해서 해수욕장과 관광지들..
수많은 차들과 함께 달려 스플리트 도착.
여름 관광지 답게 빈 숙소도 없고..
엄청 비싸고.
음..
올드타운도..
계속 보다보니 이제 그냥 무덤덤.
스플리트 온 것도 사실 페리를 타기 위해서.
밤배라서 체크 아웃하고 공원에서 누워 멍때리고 잠자고..
드디어 리예카행 페리.
노을을 배경으로.
보이지 않는 제 얼굴.
아, 떠나기 전에 길거리에서 모자 새로 샀습니다.
그 전에 오래 쓰던 그 모자가 몬테네그로 에서 바람에 날아가 버린 탓에..
데크 밖에서 슬리핑백 덮고 잤습니다.
저녁엔 꽤 사람이 많았는데..
바람이 엄청 불어서인지 자다 눈 떠보니
대부분 들어가고 없더군요.
전 슬리핑백이 꽤 두꺼운거라
그럭저럭 잘 잤습니다. ^^
새벽에 깨보니 동이 트고..
리예카 도착. (Rijeka)
바로 출발.
덥다.
슬로베니아 입국. (Slovenia)
깔끔한 길을 따라 달립니다.
거의 이런 풍경.
몇시간만에 다시 국경.
이탈리아. (Italy)
첫 도시 트리에스테. (Trieste)
밀라노 까지 날짜 맞춰 도착해야 할 이유가 있어서..
잠시 둘러보기만 합니다.
뭔가 이태리 구나 싶은 기분이 물씬..
여기도 관광지라..
잘 곳을 못찾던 중 그나마 캠핑장 발견.
근데 발칸 국가들 숙소값이랑 비슷하네요.
조금 특별한 날이고 해서..
아껴뒀던 신라면!!
원래 맵고 짠거 안좋아해서 한국서도 잘 안먹는 라면인데..
오랜만에 먹으니 너무 너무 너무 맛있었습니다. 흑흑.
아침에 출발하다가..
자전거 매장이 있길래..
조지아에서 바꾼 앞브레이크가 아무리 손봐도 자꾸 끽끽 소리가 나서
짜증나던 차에..
그냥 저에게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바꿨습니다.
무슨 선물?
생일 선물 ^^
이날이 생일이었거든요.
한가한 시골동네를 지나고..
지금은 이태리 전역이 휴가철.
지방 도시에 가니 사람 구경하기 힘들어요.
축구장.
물론 1부리그는 아닌 듯 하고..
그냥 아담하니 좋아보이던..
달리고 달리고..
덥다.
근데 좀 북쪽이라 그런지 아주 미세하게 덜 더운 느낌.
어느 마을 지나가다 보이던 기념관 같은 곳..
이날은 생일이고 해서
그냥 캠핑장 가자 맘 먹었는데..
그 전에 검색해 놓았던 곳이..
캠핑장이 아니라 캠핑카 파는 곳이더라는..
아이고!
구글맵 바보!
난감하던 차에 잠시 가다보니 딱 숨을 수 있는 곳이 보이더군요.
이것도 나름 생일 선물이다 생각하고 기분좋게..
낮에 슈퍼에서 샀던 맥주.
혼자 자축하려고..
근데 미지근한데다 워낙 싼거라 그런지 맛은 뭐 그냥..
반만 마시고 버렸어요. ㅋ
그리고 트레비소. (Treviso)
베니스 처럼 운하의 도시.
역시 사람은 별로 없고 조용합니다.
곳곳에 작은 운하가 흐릅니다.
베니스에 비하면 소박하지만 나름 운치가 있는듯.
잠시 구경하고..
커피 한잔 하고..
유럽과 좀 어울리는 EST.
그리고 비첸차로.. (Vicenza)
가던길에 누군가 만들어 놓은 인형? ^^
비첸차는 아주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이름은 까먹었는데 아주 유명한 건축가가 여러 건물을 디자인 했다고..
관광객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더 좋았습니다.
비첸차 중심.
그리고 어정쩡하게 지나간 생일이 아쉬워서
혼자 다시 자축.
역대 최고로 럭셔리한 저녁.
그러나 사실 그냥 치킨 샐러드. (그나마 이게 메뉴 중에 좀 싼거여서.. ㅋ)
거기다 와인도 한잔.
서서히 해가지고..
유럽 도시의 최고 하이라이트는 이 시간인 듯.
해가 넘어가고, 오래된 도시의 불이 밝혀지고..
한참 돌아다니고, 앉아서 쉬고..
비첸차.
개인적으론 참 맘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베로나로.
길에서 본 어느 커플의 포스터?
베로나. (Verona)
여긴 관광객이 엄청 많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
여긴 줄리엣의 집.
아주 그냥 사람들이..
줄리엣 동상.
저기 가슴에 손 올리고 사진찍으면 운이 좋다던가..
ㅋ
베로나 중심의 아레나.
여름엔 무료 공연도 한다던데..
이날은 알 수 없는 밴드의 공연.
식당에 밥먹으로 갔다가 본..
엔니오 모리꼬네 콘서트 포스터.
아, 저 아레나에서 관람하면 정말 좋을거 같은데..
나름 저에겐 어린시절 추억 가득한 그분의 음악들.
걷다가 문득 본 제 발.
발목에 남의 발 붙여 놓은 것 같네요. ^^
정작 도시에선 제 사진도 거의 못 찍는다는..
유일하게 생각나서 찍은 셀카 한장. ㅋ
다시 제가 좋아하는 순간.
벤치에 앉아서 한참 사람 구경.
그리고 다시 어슬렁 어슬렁..
베로나를 나와서..
가다 보니 여기도 휴양지인듯.
큰 호수 입니다.
저도 여기서 낮잠 한숨 자고..
그 옛날 어느 백작이 살았을 대 저택.
지금은 호텔.
사탕수수 밭에 잠자리 마련.
구름 멋있다.
가게에서 우연히 발견한..
팩 와인!
팩 소주는 봤어도 와인은 처음 봤네요.
나름 맛도 그냥 저냥..
근데 밤에 다시 날씨가..
엄청난 천둥 번개. 텐트안에 누워 있는데 클럽 온줄 알았습니다. ㅎㅎ
하룻밤에 그렇게 많은 번개와 천둥을 경험하긴 처음.
비도 계속 오고..
결국 텐트 바닥에 물 고이고..
어차피 다른데 비 피할 곳도 없고..
가방 다 싸놓고 매트만 깔아놓은 채..
그냥 잤어요. ㅋ
아침에 깨보니 매트 옆으로 물이 찰랑 찰랑..
텐트 밖은 여전히 먹구름 가득.
잠시 비 그친 틈에 재빨리 정리해서 출발.
비맞고 달리다 카페 보이길래..
우아하게 크로와상과 카푸치노.
유럽에서 그나마 싼게 있다면..
유일하게 커피.
에스프레소 1유로.
오전 내내 비가 쏟아집니다.
이 풍경은 저녁이 아니라 분명 아침.
아주 오랜만에 장대비 맞으며 달리니 아주 기분이 좋더군요. ㅎㅎ
몸에선 쉰내 나고 손도 쭈글쭈글해지고..
도로 옆으로 보이던 오래된 교회?
그리고 드디어 밀라노 입성. (Milan)
15년 전 유럽 여행때 온 후로 두번째.
그때 여기 와서 뭐 했는지 기억도 안나는군요.
전 밀라노에 잠시 자전거 맡겨 두고 다른데 다녀올 계획입니다.
좀 쉴 필요도 있고..
유럽에선 돈 아낀다고 해도 돈이 그냥 녹아내리네요. ㅋ
여기까지 오면서 이래저래 머리가 좀 복잡했는데..
한국서 살던 전세집이 안나가서 후배한테 맡겨 놓고 왔는데
그 집 계약이 자꾸 문제인데다..
동생도 심각한건 아니지만 수술을 하고..
밀라노에서 자전거를 맡겨둘 마땅한 곳도 잘 안 찾아지고..
무릎은 아팠다 괜찮았다.
유럽 다음 갈 곳을 결정했었는데 이 상태로 가도 되나 싶어서
아직 확정을 못하고 있고..
모든것이 불확실로 남아 있으니 마음 한켠에 계속 불편하네요.
전 이런 상황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스타일이라..
(누군들 안그러겠습니까만.. ㅋ)
근데!
그나마 길위에서 떠돌면서 많이 좋아졌음을 느낍니다.
하루 하루가 불확실의 연속이다 보니..
이젠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법도 느리지만 조금씩 익히고 있네요.
결국 따져보면
잘 되거나.. 어떻게든 되거나..
최악의 경우라도 삶은 계속 이어지니까..
제목과 달리
불안이 제 영혼을 잠식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내버려 둘수 없죠!
전 여전히 방랑중...
두둥실..
어디 다녀오는진..
나중에 상황 봐서 다시 알려 드리겠습니다.
챠오!
휘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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