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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도시 탈출.


지난밤 다가올 라이딩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 그리고 두려움 탓인지

제대로 잠을 못이뤘습니다. 몸은 무거웠지만 어쨌든 길을 나섰습니다.


드디어 오매불망 기다렸던 제대로 된 첫 라이딩을 했습니다..만..

아직 도시를 다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ㅜㅜ

광저우는 일단 빠져 나왔는데, 바로 옆에 또 도시가 있습니다.

포산이라고 발음해야 하나.. 한자론 불산 시네요.



어제 지도를 구했어야 했는데 아이폰에 담아온 오프라인 맵만 믿고

어떻게 되겠지 하며 몇군데 들러보고 사지 않았던게 탈입니다.

아이폰 맵은 시를 벗어나니 큰 도로 위주로만 되어 있고 도로명도

많이 누락되어 있네요.


자전거는 큰 도로로 못 들어가는 경우가 많으니까..

결국 그냥 감으로 헤메고 다녔습니다.

덕분에 빙빙 돌기도 하고 다시 돌아 나오기도 하고..





특히 강 건너는 게 문제였는데.. 심지어 이 다리는 공사중이었습니다.

아무런 표지판도 없고 막아놓지도 않았는데..

힘들게 올라가서 허탈함이라니..

근데 저만 그런게 아니더군요. 여기서 잠시 사진찍고 쉬는 동안 차가 두대나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갑니다. ㅋ




드디어 오늘 저와 달리기 시작한 친구 입니다.

이름은 EST 구요. 

제가 좋아하는 만화 Five Star Stories 에서 따왔습니다.

모터헤드 흑기사 전용 파티마인 그녀의 이름이지요.

기본 성능은 보잘것 없으나 흑기사와 싱크되면 최강의 여전사가 되는 그분.

색깔도 검정색이고.. 그 캐릭터가 너무 좋아서 제 맘대로 가져다 붙였습니다.

심지어 EST 는 Elegant, Sexy, Tough 의 준말이기도 하고.. ㅋ


아, 저 앞의 카메라 가방은 동네 친구 민지양이 공들여 작업해 주었습니다.

자전거 짐받이에 달 수 있도록 한땀 한땀 바느질로 결착부도 만들었고,

앞엔 이쁘게 구름도 그려주었지요. 다시 한번 감사 ^^



결국 한참을 돌아 돌아 다리를 찾았습니다. 기념으로 사진 한장!


한시라도 빨리 도시를 벗어나고 싶어 열심히 달렸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차 피하랴, 사람 피하랴, 자전거는 무겁지..

아침부터 죽어라 달렸는데도 얼마 못 왔네요.


오늘은 정말 인터넷은 못하게 될 줄 알았는데..

뜻밖의 행운? 이 닥쳤습니다.

불산시는 벗어난 듯 하지만 위성도시 처럼 온갖 건물들이 여전히

늘어서 있었습니다.

해는 넘어가고 있었고, 배도 너무 고프고..

일단 밥 먹고 번듯한 건물 뒤쪽 골목으로 들어가 보니

여기저기 공사 중이더군요. 연휴라 사람들은 없고..

그래서 구석진 곳에 텐트를 치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제 자전거가 가는 걸 골목에서 봤나 봅니다.

동네 총각들이 다가오네요.

처음엔 그냥 웃으면서 넘겼는데 점점 분위기가 이상해져서..

발로 자전거를 툭툭 치는 녀석도 있고, 자전거에 달려 있는 GPS 빼더니

이리저리 눌러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침 좀 뱉고 다니는 무리인듯 한데..

잠시 고민했습니다만, 순간 어떻게 잘 넘긴다 해도 제가 거기 있는걸 

이미 알고 있으니 밤 중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기분 안 거스르게 하려고 끝까지 웃으며 받아주는 척 하고

텐트 걷고 물러났습니다.

하루 종일 도시에서 라이딩 하다보니 지친 상태라

또 텐트칠 자리 찾는 건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빈관 하나가 보여서 갔지만 외국인인걸 알고는 안된다고 하고..

(중국은 외국인이 어딘가에 머물면 꼭 공안에 신고를 해야 합니다.

시골에 가면 그냥 신경 안쓰고 받아주기도 하는 듯 하지만..)

결국 물어 물어 찾은 곳이 오늘 숙소 입니다.

아마도.. 러브 호텔 같은 분위기네요.

가격도 비싸고, 불쌍한 표정 지어봐도 절대 안 깎아 줍니다. ㅜㅜ


아직 여행자의 마인드가 부족합니다.

그냥 들어왔습니다.

이러다가 계획보다 훨씬 더 빨리 돈 떨어져서 돌아갈지도 모르겠네요. ㅋ


인터넷 하기 힘들거라고 온통 유세 떨어넣고 매일 같이 

너무 자주 글을 올립니다. ㅋㅋ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니,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해 봐야죠.

그리고 당분간은 한국 뉴스나 인터넷은 안 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글 올리는 거 말곤 딱히 할 일도 없습니다.


내일은 부디 도시를 벗어날 수 있기를..




GPS 로그 기록입니다.

일단 들고 왔으니 한번 해보기는 해야죠.

사실 방향, 위치 확인 등이 주목적이긴 하나 이런것도 됩니다.

앞으로 또 올릴진 모르겠지만, 재미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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