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남자의 바퀴벌레 그러니까 나는, 바퀴벌레다. 아무도 부르지 않았지만, 나는 이집에서 꽤나 오랫동안 편안히 지내고 있다. 주인 남자는 의외로 다정다감해서 바퀴벌레인 나를 봐도 죽이지 않는다. 언젠가는 나도 모르게 방심해서 그 남자 바로 앞의 벽을 천천히 기어 갔던 적도 있다. 남자는 "오늘은 귀찮아서 봐 주는데, 또 대낮에 기어 다니면 죽여 버릴테다" 라며 조용히 나를 보며 말했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남자의 진심을 알 수 있었다. 저 남자는 나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남자는 나를 여태 죽이지 않았다. 내 주위의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들을 볼때, 바퀴벌레를 죽이는 인간은 두가지 종류이다. 바퀴벌레가 무서운 사람, 바퀴벌레가 싫은 사람. 뭐가 다르냐고 하겠지만, 이 차이는 바퀴벌레가 되어 보기 전엔 알기 힘.. 더보기 이전 1 ··· 82 83 84 85 8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