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EY/SOUTH AMERICA

35. Happy New Year! - From Tranquilo To Hornopiren

filmusic 2013. 12. 31. 06:46

새해 첫날입니다.

전 스스로 새해 선물 삼아 하루 푹 쉬기로 했습니다.

그간 열심히(?) 달렸네요. ^^

 

루트 7 다 달리고 글 올릴까 하다가 막상 쉬어도 딱히 할일은 없고

너무 많이 밀리니 길어져서..

 

 

푸에르토 트랑킬로에서 하루 휴식한 날.

딱히 할 일 없어 근처에 있다는 섬들 구경하러 갑니다.

구경보다 배타는게 재밌었네요.

 

 

 

 

 

물 색깔이 말그대로 옥빛입니다.

빙하에서 녹아 내려온 호수.

석회질 때문에 아름다운 색이고 청정지역 답게 매우 깨끗합니다.

 

 

 

 

 

중간 작은 섬에 배 대 놓고 잠깐 올라갑니다.

워낙 맑아 보여서 마셔봤는데 역시 깨끗!

 

 

 

뜨랑낄로에서 머문 숙소.

여긴 Hostel 은 없고 Hospedaje 라는 숙소가 제일 저렴한 곳입니다.

보통 가정집에서 방 몇개를 숙소처럼 사용하는 식입니다.

여기 주인 부부가 참 친절하고 딸도 귀여웠어요. ^^

 

 

다시 출발.

 

 

마을에서부터 강아지 한마리가 계속 쫓아오네요.

잠시 오다 말겠지 했는데 한참을..

가라고 해도 묵묵히 옆에서 계속 따라 오는데

어쩔까 고민하다..

 

저야 동료가 있으면 좋지만 나중에 어떻게 책임질 수도 없고..

독하게 맘먹고 돌 살짝 던지고 마침 내리막 나오길래 힘껏 달렸습니다.

그러고 돌아보니 멀리서 우두커니 절 보고 있네요.

 

미안하다.

마을에서 지내는게 더 좋을거야.

 

 

여전히 비포장. 그러나 호수 풍경 감상하며..

 

 

 

 

 

중간 중간 좋은 풍경과 함께 있는 집들도 있구요.

 

 

 

 

 

소들 안녕?

 

 

 

 

구간에 따라 맞바람이 살짝 불거나, 많이 불거나..

차 한대 지나가면 먼지가 아주..

 

 

 

 

호수 길이 끝나고 산길로 접어 듭니다.

뭐랄까 원시림의 느낌?

 

 

생긴건 호박잎 같은데 엄청 커요.

이걸 보는데 왜 밥 싸서 된장 발라먹고 싶은지. ㅋ

 

 

 

 

오르막 내리막 산길.

 

 

그러다 의외의 인물들.

까레떼라 아우스트랄을 걷는 커플.

아르메니아 사람이랍니다.

 

워낙에 아르메니아에서 좋은 기억도 많고,

반가워서 잠시 얘기하고..

 

근데 어찌 이 길을 걸을 생각을 했는지.

자세한 건 묻지 못했지만 뭔가 존경심이 생기더라는.

 

 

딱히 텐트칠 곳이 없다가..

정상 근처에 채목장 같은 곳이 있어서 하룻밤.

 

 

산 길 내려와 다시 강따라 달립니다.

맞바람, 맞바람!!

 

 

 

 

 

 

늘 그렇지만 오르막은 힘들어요.

거기다 비포장이라 거의 대부분은 끌고 올라갑니다.

 

 

 

 

그래도 올라가서 본 풍경은 좋다!

 

 

잠시 앉아서 감상하고..

 

 

여기 길 상태가 특히 안좋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고생 좀 했네요.

그러나 경치가 좋으니 좋은 마음으로..

 

 

도착한 작은 마을 Cerro Castillo.

 

 

여기선 캠핑장이 있길래.

뜨거운 물로 하는 샤워가 늘 그립습니다. ^^

 

여기 주인은 젊은 미국 여자분입니다.

여행 중에 칠레 남자와 사랑에 빠져 여기서 결혼하고 살고 있습니다.

2살된 아들도 너무 귀엽고..

 

마을 옆 빙하에 말 타고 올라가는 투어가 있는데..

솔깃 했으나 말타는 건 나중에 제대로 배워서 하고 싶어서

꾹 참고 패스~

 

 

 

또 출발.

여기서 부턴 반가운 포장 도로입니다.

 

 

 

아 포장도로가 이렇게 좋은 것이었구나.

 

 

구비 구비 한번 산을 오르고..

 

 

달리다 보니 나온 표지판.

노루인가.. 혹시 볼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나타나지 않네요.

 

 

 

 

루따 7에 있는 캐피탈 시티 꼬아이께가 가까워 지며 집들이 많이 나옵니다.

근데 다들 소, 양을 방목하는 탓인지 길 옆으로 철저히 펜스가..

캠핑 할 곳이 없네요.

 

 

그러다 찾아낸 벼랑 위의 조그만 땅 한 뼘.

저녁 메뉴는 크림 파스타.

 

 

텐트 안에서 저 멀리 설산이 보이고..

 

 

간만에 꺼내서 트럼펫 연습도 하고..

근데 좀 눈치(?) 보여서 크게 못 부니 제대로 연습 하긴 힘들군요.

 

 

드디어 도착.

Coyhaique.

 

 

오랜만에 도시 느낌.

 

 

크리스마스 느낌.

 

 

공원에서 공연도 하고..

 

 

숙소가 다 비싸네요.

찾다가 시내 한복판인데 방 말고 캠핑 할 수 있게 해주는 집이 있어서..

자고 일어나니 그집 강아지가 저를 지켜주고 있습니다. 하하.

 

 

원래 이삼일 있으려 했으나..

왠지 크리스마스엔 그냥 혼자 있고 싶어서..

또 출발!

 

 

저건 누가 그린건지,

아님 눈이 저렇게 남은건지..

점!

 

 

 

 

크리스마스 이브.

사람 없는 길을 혼자 달리는 기분.

좋다!

 

 

그리고 찾아낸 좋은 자리.

 

 

이날은 다시 볼로네즈 파스타와

특별히 준비한 와인으로 파티!

 

 

비포장이 끝나고 다시 얼마간 포장도로.

 

 

어느 작은 마을 집에 걸려있던..

여기도 산타 할아버지가 다녀 가셨군요.

아이는 아직 잠들어 있는듯,

일어나면 무척 기뻐하겠죠? ^^

 

 

뭔가 거만한 자세의 산타.

곳곳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는군요.

 

 

 

근데 크리스마스 당일부터 날씨가 점점 안좋아지더니..

 

 

다음 목적지 차이텐까진 아직 거의 300 Km.

근데 오후부터 계속 비가 옵니다.

 

            

 

난감해 하다가 겨우 찾아낸 곳.

그나마 나무가 있어서 어느정도 비를 막아줬습니다만..

그래도 밤새 텐트로 비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크리스마스 저녁 만찬.

대합죽 ?

스프 소스에 오트밀을 같이 끓여 영양 보충.

거기다 슈퍼에서 산 대합 캔을 넣어서..

(대합이랑 모양은 똑같은데 좀 작네요.)

 

와인과 함께.

비 오는 와중에도 꼭 먹고 싶은건 해 먹어야 한다는 이 정신.

엄청 맛있습니다!

캠핑하며 먹은 것중 베스트 3에 드는.. ^^

 

 

 

다음날 다시 포장 도로 끝.

근데 비는 더 오고..

 

 

산길.

 

 

산에 구름이 걸려서 비를 쫄딱 맞습니다.

와중에 절 보고 있는 매 한마리.

 

 

문제의 산.

비 때문에 이미 몸은 다 젖었고, 맞바람 불고..

 

 

 

그러다 만난 친구.

날씨도 안좋고 크리스마스라 이날은 자전거 여행자들이 안보였는데..

유일하게 만난 한명.

 

일본 여행자 입니다.

1년 반째 다니고 있다네요.

반가워서 오들 오들 떨면서도 얘기하고 사진찍고..

 

 

 

산에서 내려오니 그나마 좀 살만합니다.

 

 

 

또 호수.

 

 

저 멀리 빙하도 보이네.

 

 

길가에 버려진 자전거 체인.

누군가 체인을 갈았었나 보군요.

 

 

잠시 맑아진 하늘.

한참동안 차 한대 지나가지 않고..

조용한 어느 크리스마스 오후.

전 그 고요함을 혼자서 즐깁니다.

 

 

 

다시 작은 마을.

Pto Puyuhuapi.

 

 

캠핑장.

따뜻한 물로 샤워!

 

 

캠핑장이 호수 바로 앞.

조용하고, 아름다운..

 

 

저녁 해먹자니 귀찮고 해서..

열려 있는 유일한 레스토랑.

비싼데..

까짓거 한번쯤 좋은거 먹자.

밥과 함께 나온 흰살 생선.

딱히 소스도 없이 구운거 같은데 엄청 맛있더군요.

생선이 좋은건지 특별한 요리 방법이 있는건지..

 

 

 

해 지는 풍경 감상.

 

 

그리고 출발.

차이텐은 아직 멀었군.

 

 

또 비가 오고..

공사 구간.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들이 계속 경고했던 그 구간.

공사 중이라 길이 엉망이라고 했던..

그래도 꾸역 꾸역 참고 갑니다.

 

 

계속 비 와서 너무 춥고..

캠핑은 포기하고 숙소 쓰기로 합니다.

 

 

La Junta.

 

 

 

역시 Hospedaje.

인터넷 된다고 했으면서..

와이파이 절대 안되서 주인집 딸이 쓰던 랜선 빼앗아서(?) 잠시

집 떠난지 1년된 소회도 남기고..

 

 

근데 계속 날이 흐리니 빨래를 해도 안말라요. ㅜㅜ

 

 

채 말리지 못한 옷을 그냥 입고..

 

 

아 싫다 공사 구간.

 

 

뭐야 이 표시는..

공사 끝내고 표지판 설치 하라고!

뭐 아무것도 없는데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ㅋ

 

 

또 만난 걷는 여행자.

이번엔 말이 안통해서 그냥 살짝 인사만 하고..

 

 

누군가 멋있게 버려놓은 작은 자전거.

 

 

계속 큰 자갈길이 깔려 있어서..

차 지나갈때 마다 돌 맞을까 겁나요.

 

 

비 지긋지긋한데.. 그칠 낌새는 없고..

잠시 멈추고 히치 하이킹 해볼까..

근데 연말이라 그런지 차도 잘 안 다니고,

대부분 관광객들이 탄 차라 자리도 없고..

 

어쩔수 없이 다시 출발했는데..

이젠 아예 장대비.

길은 엉망이고..

 

아 미치겠네.

 

 

그러다 홀연히 나타나 절 구해준 트럭.

이미 이스라엘 청년들이 히치하이킹 해서 뒤에 실려 있고..

거의 멘붕 직전에 그래도 차가 나타나긴 했네요. ㅜㅜ

 

 

 

그러나 큰 마을까진 안 가고..

중간 어정쩡한데 내려서..

비는 계속 오고..

 

몇 가구 없는 작은 마을에 짓다 만 집에 있길래..

거기서 하룻밤 잡니다.

그나마 비 안맞고 잘 수 있으니 그저 감사.

 

 

비는 그칠 생각 없고..

 

 

비가 와도 가야지.

아침에 처량한 마음으로 출발.

소들은 안녕하니?

 

 

계속 공사중인 자갈길.

비가 주룩주룩.

 

 

공사 안 끝나요?

 

 

오후부터 다시 쏟아지는 장대비.

체온 떨어지기 시작하니 몸이 오들오들.

자전거에서 우는 소리 들리고..

 

 

뭐야 이길은!!

 

 

중간에 숙소 있는 마을 있었는데..

시간이 일러서..

바보 같이 욕심 부리다가..

 

비는 비대로 쫄딱 맞고,

다음 마을 갔더니 싼 숙소는 만실.

캠핑장은 뜨거운 물 안나온다 그러고..

어쩔수 없이 혼자 방갈로. ㅜㅜ

돈은 돈대로 쓰고..

 

젠장.

 

 

그래도 아저씨가 불쌍해 보였는지 좀 깎아줬네요.

 

 

 

며칠째 계속 되는 비.

도로 옆으로 쏟아진 흙과 돌.

 

 

날씨 참 좋네. 좋아..

 

 

작은 마을인데,

세상의 중심이라고 적혀 있네요.

이유가 있는건지 그냥 써 놓은건지..

 

 

차이텐이 가까워지고 있다.

비 와도 간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올줄은 몰랐어요.

 

 

안그래도 고어텍스 잠바 살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깔라파테에 후지 민박에서 만난 여자분이 자기 필요없는 거 있다고 해서

받았거든요.

 

근데 완전 방수 되는 그런게 아니라서..

이렇게 계속 내리는 비는 수습이 안돼요.

어느 정도 맞고 나면 온 몸이 젖어서 체온이 떨어지는데..

 

그때부턴 너무 춥고, 페달링도 힘들고..

 

 

어쨌든 차이텐 왔다.

Chaiten

 

 

마을은 꽤 커보이는데 상당수 버려진 집이고..

분위기가 썰렁 하네요.

 

 

잠시 비 그쳤을때 나가서 혼자 멍하니 먼 바다 구경.

원래 이틀 정도 쉬고 싶었는데..

돈이 없네요.

여기 은행이 하나 있는데 제 카드 둘다 현금 인출이 안되서..

 

어쩔 수 없이 남은 돈으로 이틀후에 탈 배 티켓 끊고

다음날 출발해야만 했습니다.

 

 

지긋지긋한 비.

배야 나도 데리고 가렴.

 

 

여긴 그냥 도로가 비행기 이착륙장이네요. ㅋ

비 쏟아지는데 자전거 타는거 이제 지긋지긋한데..

혹시나 싶어 여기서 기웃거려 봤으나 저 가는 곳으로 가는 차는 없네요.

 

 

어쩔 수 없다. 또 달려야지.

 

 

그러다 짜잔!

아주 가끔 차 한대씩 지나가면 밑져야 본전인 셈 치고 손가락 들고 보는데..

몇대 지나치고 드디어 한 가족이 저를 구해줍니다.

 

 

그러나 차 안엔 자리가 없어 자전거 붙잡고 뒷자리에서..

부들부들 추위에 떨며 한참을 달리고.

 

 

드디어 선착장.

원래 다음날 표인데 얘기하니 그냥 타라고..

 

 

 

 

비는 계속 옵니다.

 

 

며칠째 손은 계속 이 모양. 쭈글쭈글.

 

 

배에서 내린뒤 다시 그 가족 차 뒤에 실려 얼마간 달려 다른배로 갈아타고..

(배 갈아타야 하는지 사실 몰랐어요. 그 가족 아니었으면 배 놓치고 아무것도

없는데서 방황할 뻔 했네요.)

 

 

오토바이로 여행하는 칠레 부부가 제가 불쌍해 보였는지

커피 한잔 사 주더군요.

덕분에 몸 좀 녹히고..

 

 

아 31일이지.

곳곳에선 새해를 맞는 분위기.

한국이 새해가 되던 그 무렵, 전 비맞고 벌벌 떨고 있었어요.

 

 

4시간 반동안 배 타고..

잠시 날이 개고 오랜만에 파란 하늘.

 

 

 

아 마지막 날인데..

쉽지 않네.

 

 

해 있을 땐 그리 뜨거웠는데..

장갑 사이 빈 곳으로 탄 자국.

그립다. 해야..

 

 

어쟀든 오르노피렌 도착.

Hornopiren.

 

 

이유는 모르겠는데 마을들이 다 쇠락해가고 있는 느낌이네요.

여기도 규모에 비해 많이 썰렁해요.

 

 

저기 살짝 무지개.

 

 

그래도 새해를 맞는거니까..

그나마 싼 숙소를 찾고..

아, 손님은 나 혼자.

식당은 이미 다 닫았고 혼자 정체 불명의 요리를 해서 맥주와 함께 저녁 식사.

 

 

손님이 없어서인가 제일 큰 더블룸을 저한테 주네요.

난방을 안해서 춥긴 한데..

뭐 그래도..

 

크리스마스 이후로 하루도 안빼고 비가 왔습니다.

사실 마냥 즐겼다고 하기엔 날씨 때문에..

제대로 준비 안한 제 탓이죠 뭐.

 

루트7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네요.

여기 끝나면 아마 버스 한번 타고 점프 한번 할 듯 합니다.

칠레는 너무 길고 비싸요.

 

뭐 중간에 잠시 딴데 샜다가 올 수도 있고..

 

그간 경험으로 그냥 도시 사이 국도로 다니는건 별로 재미 없어서,

다음 일정은 아마 또 사람 없는 자연의 품이 되지 않을까.. ^^

 

어쨌든..

새해네요.

큰 감흥은 없지만, 다시 힘내서 즐겁게 다니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도 모두 새해 복 많이~~

건강하세요~~!!

 

 

휘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