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둥실, 구름따라 가는 길> 16. People come, people go.-시엠립에서 바땀방까지
시엠립에서 사흘동안 앙코르와트와 주변 유적들 구경했습니다.
그냥 사진들..
인터넷 찾으면 훌륭한 사진과 정보들 많으니까..
전 그냥 구경했다는 흔적만 남깁니다.
시엠립은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굉장히 유명한 곳이라 조금 짜증스러운
관광도시일거라 지레짐작 했는데..
의외로 현지 사람들도
생각보단 잘 어울려 살고 있고..
관광객들도 여려 연령대가 오다 보니
전체적으론 차분해 보였어요.
열심히 다니면서 사진 찍다보니까..
딱히 나중에 볼 거 같지도 않고..
그냥 보는걸로 만족하고,
그냥 혼자 틈틈이 셀카 놀이 하면서 놉니다.
많이 찍었는데 대부분 이 사진처럼
실패. ㅋ
전 사흘 내내 제 자전거 타고 다녔습니다.
툭툭 타고 좀 멀리 있는 유적지 까지 가볼까 하다가..
중간에 아이폰 또 죽고..
돈 쓰기 싫어서 그냥 가까운 곳만 봤어요.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곳이고,
나름 감명 받았지만..
뭐랄까..
사흘 보다 보니 그냥 구경 하는 건 역시 저랑 별로
안맞다는 기분.
그래서 소중한 사흘째는 미뤄놨던
앙코르와트만 느긋하게 둘러보고
일찌감치 자리잡고 기다렸다가 해지는 거 봤습니다.
전 그게 더 좋아요.
누구 왕이 만들었고 벽에 새겨진게 뭘 뜻하는 거고..
그냥 고개는 끄덕이는데,
별로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는..
웃기게 들리겠지만,
그냥 멀찌감치 앉아서 그 위로 노을지는 거 보고 있으면..
그냥 마음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 곳에서 지나간 시간들, 있었던 사람들..
다니다가 우연히 본 툭툭.
젊은 툭툭 기사의 재기발랄한 문구.
옷도 올 블랙으로 맞춰 입고 다니더군요. ^^
이 경이로운 유적지를 돌아다니며 계속 생각한 건..
이것들이 지어졌을 당시의 모습들.
그 사람들.
그 시대의 풍경들.
마치 유령들 사이를 걷고 있는 듯한..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역사는 계속 이어지고..
크메르 부흥시대의 그 누구도..
먼 미래에 관광객들이 돈 내고 와서 놀라워 하며
이 건물들을 볼 거라 생각 못했겠죠.
정작 그 자손들은 그 밖에서 시원한 음료수와
기념품을 팔고 있고,
어떤 아이들은 관광객들이 먹다 남은 음식을
얻어 먹습니다.
유적들도 세월의 흔적에 갈라지고 쓰러져서
다시 만들고, 지지대를 세워 놓았습니다.
영원한 건 없습니다.
왔다가, 살다가, 가고..
다시 반복 되고..
그렇게 시간은 흐릅니다.
앙코르 와트보다 정작 더 아름다웠던 건 이 아가씨.
주차장에서 음료수를 팝니다.
미스터, 유 원 섬 콜드 드링크?
그게 그녀가 하루에 수천번도 더 반복하는 말입니다.
너무 더워서 콜라를 삽니다.
1달러.
다른 시골 마을 슈퍼보다 두배 가격입니다.
시엠립은 관광지니까 이해하지만..
그래도 늘 말해봅니다.
원래 삐뽀안 (2000 리엘) 이라고..
베시시 웃더니 고개를 흔듭니다.
1달러를 줬더니 자기가 자전거를 지켜주겠다고 합니다.
콜라를 마시며 앉아서 잠시 얘기해 봅니다.
꽤 영어를 하는 편입니다.
스무살.
이것저것 묻다가 짖굳은 질문을 합니다.
여기 해질 때 그렇게 예쁘다던데..
매일 봐서 아무렇지도 않죠?
그녀가 고개를 흔듭니다.
그리고 말하길..
언제봐도 예뻐요.
5시반에 여기 정리하고 늘 노을을 보고 가요.
6시반 부터 다른일 하러 가거든요.
가끔은 동생이랑 프놈바캥에 올라가서 노을을 볼때도 있어요.
그냥 장사꾼이던 그녀의 얼굴이
어느새 보통의 스무살 아가씨로 돌아갑니다.
다시 관광객이 지나가자
언제 그랬냐는 듯 돌아서서
미스터, 유 원 섬 콜드 드링크? 를 외칩니다.
진심으로,
저같은 한량보다
이 아가씨가 훨씬 더 돈 많이 벌고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녀에게 팥빙수를 팔면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살거라고 말해줬지만..
얼음 가는 기계가 비싸서 못산다고..
그냥 손으로 돌려서 얼음 가는 간단한 건데..
...
시엠립 관광은 그렇게 끝납니다.
어찌어찌 전에 가지고 있던 아이폰 3g를 일단 살렸습니다.
안될거라고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버릴 셈 치고 배터리 갈아보자고 했더니..
일단은 됩니다.
근데 상태가 영 안좋아서..
언제 다시 안되도 이상하지 않을 듯한..
버스타고 방콕 바로 가려고 했으나,
뭔가 계속 아쉬워서..
어떻게든 자전거 타고 가보기로 합니다.
근데 태국 넘어가면 또 그 심심한 도로를 달려야 하니..
고민 끝에 페리 타고 다시 남쪽으로 내려와서
태국 해안가를 따라 방콕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바땀방이라는 도시.
페리, 아니 보트라고 해야겠네요.
자그마치 9시간을 땡볕 아래서..
거기다 막판에 보트가 고장까지 나고.. ㅋ
이미 해는 기울고 있고..
또 어찌 어찌 시골 마을 경운기 얻어 타고 바땀방에 도착합니다.
너무 늦게 도착해서..
이왕 온거 하루 관광하고 떠나기로 합니다.
오랜만에 다시 툭툭.
혼자 툭툭 타고 관광하면 부담이 큰데..
다행히 보트에서 만난 스페인 아가씨.
베르타와 함께.
근데 영어를 잘 못해요. ㅋ
그녀는 아는 영어단어를 총 동원하고..
전 아는 스페인어와 불어 단어를 다 꺼내서 얘기하고 다녔습니다.
(베르타는 지금 프랑스에 살고 있어서 불어를 아주 잘해요. ㅎㅎ)
툭툭 기사가 제 이름을 묻기에..
Ho 라고..
따로 영어 이름 만들긴 싫고..
제 이름 다 말하면 외국인은 발음을 못하니까
그냥 줄여서 그렇게 씁니다.
어쨌든 그랬더니 기사가 하는 말이..
자기 할아버지 이름도 Ho 라고.. ㅋ
근데 뜻이 좋아요..
흐르는 강물이라는 뜻이랍니다.
사실 어쩔 수 없이 Ho 라고 영어로 이름을 쓰지만
좀 웃기기도 해서 맘에 안들었는데..
크메르어의 뜻을 듣고 나니 갑자기 좋아졌어요.
^^
이 더운 날시에 관광하느라 산을 두개나 오르내렸더니..
제 몸에 땀이 이렇게 많이 나는지 몰랐습니다. ㅋ
여기 Sampeau라는 산에 Killing Cave라 불리는..
크메르 루주 시절에 집단 학살된
사람들의 유골이 있는 동굴이 있는데..
사진은 안 찍었습니다.
영광과 치욕과 아픔을 다 가지고 있는 나라 캄보디아 입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늘 이방인인 저에게 미소 짓습니다.
모두 힘겨운 시절을 견뎌낸 분들이고, 그 자손들입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요.
수많은 전쟁과 자연재해와 위험들 속에서 살아남고
그 피를 이어 지금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한명,
한명..
모두 소중한 기적같은 존재들입니다.
그리고 낮에 잠깐 인터넷 보다가..
슬픈 소식을 들었습니다.
감히 친하다고 할 순 없지만,
너무나 좋은 사람.
페이스 북에 올리는 제 쓸데없는 글이나 소식에도
늘 '좋아요'를 눌러주고,
제가 새 음악이 필요하다고 올리자
제일 먼저 음악을 보내주셨던..
한국 돌아가면 제일 먼저
맥주 한잔 사고 싶었던 그 형이
갑자기 먼저 하늘로 떠나셨다는..
휘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