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FORE/W
어느 시간이 지나가고..
filmusic
2008. 8. 5. 03:58
저 앞에 보이는 길에 오가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문득 그 속에 섞이기 싫어졌고, 나는 갑자기 방향을 틀어 어두운
골목으로 들어 섰고, 그 사람의 팔을 잡아 끌었다.
그 사람도 저 속에 섞이기 싫다고 말해서 그녀가 보았는지
어쨌는지 모르지만 나는 살짝 웃었고, 그녀가 웃었는지 어쨌는지를
나는 보지 못했다.
손에 들고 있던 커피가 걸음을 걷는 작은 요동 탓에 그 사람의
손등에 조금씩 흘렀고, 뜨겁다고 했고, 나는 커피를 받아 들었다.
간절히 말하고 싶지만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나의 의지와,
무언가 꺼내고 싶지만 애써 참으려는 그 사람의 모습이
계속해서 엇갈리고, 스쳐가고..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 그 사람을 보내고 질끈 눈을 감고는,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그 사람의 손등에 계속 흔적을 남겼던
커피를 받아 든채 성큼 걸어 나왔다.
채 다 마시지 못한 커피는 어딘가의 쓰레기통 속에 버려지고,
발걸음은 식은 커피처럼 푸석해 져서는,
일부러 떠오르지 않으려고 몇년전 일을 애써 기억하려 해 보았다.
결국은 혼자 술을 마실까 말까를 고민하다 결론을 채 내리기 전에
나는 집에 도착해 있었다.
그렇게 오늘도 무사히 갔구나, 나도 그 사람도 상처 받지 않고,
상처 주지 않고, 그렇게 잘 넘어갔구나 생각이 들고는,
또 갑자기 보고 싶어졌다.
그렇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고,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주 조금이고,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은 너무나 많고..
집에 도착하고 보니 후두둑 떨어지는 빗소리에
문득 우산은 가지고 있나 궁금해 졌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문자를 보낼 수 있었다.
비는 안 맞았느냐고..
그리고 또 한참후에 아무 상관없는 답장이 오고, 비는 그쳤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시간이 지나가고,
나와 그 사람이 지나간다.
어느 시간이 지나가고 나면, 이 시간은 잊혀질 수 있는 시간일까?
아니면,
잊혀져야만 하는 시간일까?